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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잎 Apr 05. 2019

영화 '나의 작은 시인에게'를 보고

문학에도 천재가 있을까?


서정주, 윤동주 같은 시인들? 황석영, 이문열 같은 소설가들? 시대의 문장가로 불리는 한강 작가나 김훈 작가? 이들은 분명 천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20대~30대에만 반짝 천재성을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의 작품은 깊어진다. 


수학, 과학 분야에서의 천재는 20대 초반까지 빛을 발한다고 한다. 인간의 두뇌가 가장 빠르게 돌아가는 시기라나. 그래서 각종 수학 공식 같은것들을 '직관적'으로 깨닫고 빠르게 돌아가는 두뇌로 새로운 증명 같은것들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문학은 자연과학과 다르다. 문학은 본질적으로 인생을 얘기하는 것이다. 인생을 담아내고 있으면서도 아름다운 문장과 단어를 선택하는 것. 문장을 바라보고 있자면 그 문장에 담긴 감정이 너무 절절하게 담겨져 와 울컥 눈물이 나기도 하는 것. 


아름다운 문장을 보면 기분이 좋다. 문장을 그렇게 쓰는 것, 혹은 글을 감동적으로 구성하는 것은 분명 재능이다. 하지만 문장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인생이다. 인생을 살아낸 자들만 적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문학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는 고작 5년을 산 어린이가 문학천재로 나온다. 나는 각종 천재를 좋아하지만 문학에는 천재가 없다고 생각한다. 천재라기보다는 감각이 뛰어난다고 할까. 


단어와 문장을 이렇게 선택하면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겠다고 판단하는 감각은 뛰어날 것이다. 그러나 사랑과 이별을 해보지 않은자가 사랑 소설이나 사랑 시를 쓸 수는 없고, 결혼과 출산, 육아를 해보지 않은 자가 깊이 있는 소설이나 시를 써낼 수는 없을 것이다. 


국가의 흥망성쇠와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대작을 써낼 수 없을 것이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니까. 


시는 다르지 않나. 토막 글이고 짧은 글이니까. 더 감상적이고 더 아름답기만 하면 되지 않나. 그렇지만 시를 읽고도 위로를 얻으려면 그곳에도 인생이 필요하다. 감정의 깊은 곳에서 절망까지 겪어 봤다가 다시 그곳에서 빠져나오는 그런 인생을 겪은 사람이 '아. ' 하고 내쉬는 탄식이 시다. 


5살짜리 문학천재인 시인은 분명 실존하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문학에는 천재는 없으니까. 그러나 천재 시인으로 나오는 아이는 흥미롭다. 또 이 아이로 인해 이 영화는 재미있게 흘러간다. 문학천재이고 싶은 주인공을 어디로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보는 것도 재미있다. 

 


여주인공은 아마도 소설이나 시 같은 것을 접하지 않고 평생을 살아왔을 것이다. 삶에 바빠서. 유치원 선생님으로 일하는 것도 바빴을테고 아이들을 키워 고등학생이 될때가지 뒷바라지하는 데만 시간을 써도 모자랐을 것이다. 


그런데 웬 예술? 소설, 시 같은 것을 읽는 것도 여유가 생길때나 가능하다. 그러다가 주인공은 애들을 다 키웠고 유치원에서도 배테랑이 됐다. 그래서 드디어 여유가 생겨서 저녁마다 시 창작 교실에 간다. 하지만 감상하지도 않았던 사람이 창작을 한다는 것은 어렵다. 주인공은 시를 직접 창작하지만 혹평을 받기만 한다. 


그러다가 유치원에서 천재시인을 만나게 된다. 그렇게 펼쳐지는 이야기는 얼마나 흥미로운지 모른다. 그러나 예술은 그렇게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계속 읽어서 단어들이 머릿속에 쌓여야하고 실제 삶을 살아내 인생을 이해하는 시각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글을 구성하고 단어를 조합하는 것은 몇개월 훈련이면 족하지만. 인생을 사는 것은 정말로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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