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자취를 비엔티안에서?!
러버덕이 둥둥 떠 있는 작은 연못 앞에 라이브 바가 있다. 지금은 모르고, 앞으로 부디 알아가길 바라는 언어로 불리어지는 노래들이라 도통 뜻을 알 수가 없다.
감미롭다. 지나가는 추억을 그리는 노래일까. 이 순간 들리는 노래는 아무래도 감미롭다.
노랫소리는 우리 집에서 아주 잘 들린다.
이사 오기 전 지금 이 방에 단점을 물었을 때, "아.. 앞에 라이브 바가 있어서 노랫소리가 거의 매일 들려요. 예민하면, 조금 힘들 수도 있을 거예요. 저는 뭐, 배경 음악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어요, "라고 하셨는데 아마 내게도 배경음악이 될 것 같다.
띠리링 하는 기타 소리와 함께 선선한 바람사이로 노랫말이 불어온다. 바람이 불어 시원한 저녁에 저 노래가 들리지 않으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라오스에 파견되고 지금 집으로 이사오기까지 약 2주 동안 호텔에서 지냈다.
혼자 쓰기에 방도 넓고, 뜨거운 물도 잘 나오고, 벌레도하나 없었건만 어디 하나 편할 구석이 없었다.
혹시라도 호텔에서 물건을 잃어버릴까 봐, 캐리어를 아침저녁마다 수시로 열고 닫았고 방청소도 될 수 있는 한 최소한으로 받았다.
호텔에서는 당연스럽게도 아무 일도 없었는데 다소 걱정이 많은 편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그곳에서 머문 여러 날들 중 첫날이 조금 힘들었던 것 같다.
첫날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회사에서 안전히 픽업해 주셨다. 도착한 사무실에서는 복무, 안전 관련 안내와 유심 설치 등을 도와주셨다. 다음날부터 인수인계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하셔서 새삼 일하러 온 것이 실감 났다.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곳에서 일을 잘 해낼 수 있을지, 길면 1년이 이곳에서의 생활을 잘 지나올 수 있을지 하는 걱정에 잠을 설친 것 같다.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등 뒤로 침대와 침대 사이에 맞닿는 틈이 느껴졌다. 허전함이 그 틈 사이로 빠져들어, 자꾸만 아래로 가라 앉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두 명 이상 자는 침대가 아니었을까 하며 외로워지는 그 속을 기도로 달랬다.
호텔에서의 2주가 지나, 반년정도 머무를 곳으로 이사를 왔다. 앞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이곳은 아마 10평쯤 되는 것 같다.
조금 작지만 부엌도 있고, 뜨거운 물이 너무 세게 나와 문제지만 여유로운 사이즈에 화장실도 있고, 통돌이지만 집마다 세탁기도 있다. 호텔에서 지낼 땐 큰 마음먹고 세탁서비스를 이용했었다. 생각보다 비싸서 놀랐던기억이 있다.
아직 켜보진 않았지만, 넷플릭스가 되는 스마트 TV도 있고 친구들이 놀러 오면 마주 앉아 식사를 할 수 있는 식탁도 있다. 자기 계발을 다짐하기에 걸맞은 큰 책상도 있고 그 뒤로는 한 사람도 더 재울 수 있는 넓은 침대도 있다.
이전에 있던 인턴분이 놓고 가신 살림살이들도 있다. 필요한 것만 딱딱 두고 가셨는지, 반쯤 사용한 참기름, 미처 다 못 쓴 키친타월들을 보며 얼마나 이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을지를 짐작해 본다.
1년의 시간을 무사히 완주하고 떠나는 이가 남겨둔 물건들을 감사함으로 소중히 잘 사용하기로 했다.
이사 첫날, 매우 깊은 잠을 잤다. 추가 수화물 요금을 잔뜩 내고 가져온 뽀송한 이불을 한가득 펼쳐두고 새 잠옷을 꺼내 입고 9시까지 신명 나게 잠을 잤다.
호텔에서 지낼 땐 바람에 강을 둥둥 떠다니는 러버덕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부유하는 것 같았는데 이제야 라오스에 도착한 것 같다. 이곳에 우리집이 있다.
꽤 높은 층에 살고 있어 바깥 뷰가 잘 보인다. 저 멀리 메콩강도 보인다.
메콩강 위로 쏟아지는 몇 번의 석양이 지나면 다시 한국이겠지. 아마도, 1년 뒤 그런 말을 하게 될 것만 같다.
우리집에 가고 싶다고. 많은 추억을 쌓은 우리집으로 가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