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째 나와 사는 중
나와 산 지, 3달이 넘었다.
나와는 20년을 넘게 함께 살았는데, “나”와 “나”만 산 지는 만 3달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요즘 몇 가지 새로운 점들을 발견하는 것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
나는 집안일을 좋아한다. 먼지 한 톨 안 날리게 구석구석 청소하는 것을 말하는 건 아니다. 매일 5분씩, 아주 작은 부분들을 소소하게 치워나가며 집안을 어지르지 않는 것을 선호한다.
출근하기 전에 이불을 개어두고 퇴근하면 간단히 식사거리를 설거지하고 여유 있는 날은 가끔 바닥 물 걸레질을 한다. 어떤 날은 퇴근하고 하루를 온종일 그런 일들로 보내버리기도 한다.
이곳에는 매주 2번 청소 서비스가 있는데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그분은 화장실 청소, 설거지, 이불 정리를 해주신다. 그렇기에 일주일에 2번은 자유롭다.
이불을 아무렇게나 너저분하게 둘 수 있는 날은
일요일, 목요일.
이불을 어떻게든 정리하고 나가는 날은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금요일, 토요일
청소에도 주 2회 휴식은 필요하지 않을까?
나는 도통 앉아있지를 못한다. 소파도 있고, 책상도 있고, 의자도 세 개나 있는데 거의 모든 생활을 누워서 한다. 7시간을 사무실에서 앉아있었잖아. 그렇지.
침대에서는 주로 넷플릭스 시리즈를 보고 가끔 생각날 때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그리고 보고 싶은 사람들과 전화를 하거나 메시지를 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하나에 빠질 때면 꼭 끝장까지 봐야 하는 성격인지라, 최근 몇 주간 퇴근 이후 온종일을 그렇게 보냈다.
이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도 그녀들에게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시즌 6까지 한 번에 다 해내다니, 브왈라-트레비앙!
뉴욕을 배경으로 여성 4명의 우정과 사랑, 특별히 사랑-사랑-사랑에 초점을 둔 시리즈였다.
맨해튼에서 브런치를 먹는 그녀들이 부럽기도 하다가도 그렇게 정신없이 복잡한 도시에서 살 수 있을지 하는 쓸데없는 고민도 한다.
누가 살게 해 준다면, 당장 짐을 싸서 살 것 같긴 하다. 그곳에도 나와 내가 살 집이 있을까요. 그런가요?
나는 침대 헤드방향으로 잠에 들 수가 없다.
꽤나 오랜 기간 불면증 아닌 불면증을 앓고 있다.
중간에 자다깨기도 자주 하고, 잔 것 같지도 않은 잠에 빠져드는 날도 많다.
최근 해법을 발견했다.
침대 헤드를 발 밑에 두고 자리라!
오늘은 더 잘 자고 싶다.
집에만 오면 나와 내가 줄다리기를 한다.
영어 공부도 좀 하고, 업무와 연관된 공부도 좀 하면 좋겠는데, 집을 사랑하는 게으른 몸은 자꾸만 침대를 찾게 된다.
침대가 나를 부른다.
눕-자-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