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에 온 힘을 맡긴 채 뚜벅 걷는 운동화를 보았다. 승리의 여신 브랜드 로고가 박힌 흰색운동화는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었다.
그 움직임은 망설임이 없었다.
밟는 대로 길이 난다고 믿는 뒤돌아보지 않는 단호함이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일순간 보폭을 달리해 잠시 숨을 고르자,
앞 코가 다 까진 스니커즈가 재빠르게 그 뒤를 따라잡는다.
콩콩- 스니커즈는 그 한 박자에 앞코가 까매지는 걸 모른 채, 두 발을 구겨 넣었다.
흰색 운동화는 그런 앞 코를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눈을 찡그려보다가 길게 늘어진 운동화 끈가 거슬리기 시작한다.
무릎을 굽혀 끈을 매듭지어 팽팽히 당겨 낼 동안 스니커즈의 앞 코를 잊어버리고 만다.
준비를 끝마친 흰색 운동화는 언제 그랬냐는 듯 앞서 나가기 시작한다.
종종걸음의 빛이 바랜 스니커즈는 흰색 운동화를 따라잡았다가 멀어지기를 반복했다.
그날의 온 저녁,
둘의 그림자는 만났다가 헤어지기를,
헤어졌다가 만나기를 계속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 검정 구두가 흰색 운동화에게 자주 해주던 말을 기억하며 흰색 운동화는 조심스럽게 돌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건너편 다리가 보일수록 운동화는 점점 더 회색 빛으로 더러워지고 축축이 젖어가고 있었다. 흰색 운동화는 자신만의 곡예를 멈출 수 없었다.
그사이 맨발이 흰색 운동화를 앞질러 나가고 있었다. 뒤꿈치가 살짝 까진 그 재빠름은 소리도 없이 다리를 뛰어넘어버렸다. 어느새 다리 건너편에서 스니커즈 한 짝과 양말 한 짝을 말리고 있는 맨발을 보았다.
콩콩- 콩콩- 콩콩-
그냥 벗고 뛰라고?
콩콩- 콩-
됐어 그건 너 신어야지.
긴 저녁을 지나, 흰 운동화가 숨을 한번 고르게 되었을 때, 맨발이 남겨 둔 다 마른 스니커즈와 흰색 양말을 보게 되었다.
스니커즈의 앞 코를 이제야 떠올리는 흰색 운동화. 콩-콩, 콩-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