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먹는 학생식당의 카레는 뭔가 다르다[고 한다]
본 글은 2025년 5월 21일, 네이버 카페 "네일동: 일본여행카페"에 게재한 글을 옮겨왔습니다.
원 글은 https://cafe.naver.com/jpnstory/3978163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저번 주 도쿄 출장의 목적지는 JR 야마노테선의 타마치(田町) 역 혹은 지하철 미타(三田) 역 근처에 있는 게이오기주쿠대학(慶應義塾大学)이었습니다.
4년간 다녔던 제 모교이기도 한데(물론 첫 2년은 요코하마의 히요시[日吉] 캠퍼스 입니다만), 거의 4-5년 만에 온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학교 입구입니다. 마치 정문처럼 보이지만 동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문으로 착각하고 있고, 정문이 정말 별 볼일 없는 관계로 학교 측도 이 문을 메인 엔터런스로 밀어주고 있습니다.
미타 캠퍼스를 상징하는 구도서관입니다. 지금도 도서관으로서 기능은 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메인 도서관은 미디어 센터라는 별개의 건물입니다.
게이오기주쿠대학 근방은 회사들이 많은 관계로 음식점이 꽤 많습니다. 그래서 점심시간에 여유가 있으면 학식에서 먹지 않고 학교 근방에서 점심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네요. 뭐 학식보다는 비싸긴 하지만요. 지금도 기억나는 건 근처에 있는 한국식당 동광(東光)의 런치메뉴인 순두부찌개입니다. 빨갛지 않고 하얀 순두부찌개인데 꽤나 칼칼해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번에도 가려고 했지만 주말에는 영업을 안 하는 건지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아무튼 주변에 식당이 워낙 많아 저도 당시에는 학식을 잘 이용하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간간히 학식을 이용했습니다. 그중에 오늘 이야기해볼 식당은 학생식당 한편에 위치한 야마쇼쿠(山食)라는 또 하나의 학생식당입니다.
이번에는 주말 출장이라 학식 영업을 안 하는지라 사진을 못 찍었습니다. 혹시라도 분위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구글에서 “山食 慶應”로 검색하시면 꽤나 많이 나오니,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또한 주말인 관계로 관계로 당연히 야마쇼쿠에서 밥도 못 먹었습니다. 그렇다면 "먹지도 않고 리뷰를 쓰는 거냐"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겠지만, 레토르트 카레로 사 왔습니다. 정문 옆에 게이오 굿즈샵이 있는데 여기서 1인분 500엔에 야마쇼쿠의 카레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라멘 좋아하시는 분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라멘 지로 본점도 정문 옆에 있습니다. 옛날에는 큰 냄비 가져가면 거기에 라멘 담아주셔서 그대로 캠퍼스 내에 부르스타(?)에 올려서 삼삼오오 냄비 둘러싸고 먹었는데 그립네요. 나베지로(鍋二郎)라고 하는데 요즘도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오사카로 돌아와서 찍은 사진입니다. 현재 주방장(?)님은 3대째로 제가 학교 다녔을 때도 이분이었습니다.
사실 이 카레의 패키지에서 가장 특이한 부분이 뭐냐고 하면, 보통 카레를 사면 거기에 매운맛(辛口), 중간 맵기(中辛), 단맛(甘口) 같은 게 적혀있는데 여기에는 그런 게 안 적혀있고 “금요일의 맛 (金曜日の味)”라고 적혀있는 점입니다. “학식 카레가 요일마다 맛이 다른가?”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놀랍게도 그렇습니다.
야마쇼쿠는 보통 월요일에 카레를 만듭니다. 야채는 매일매일 볶아서 넣긴 하는데 카레 루 자체는 보통 한 주의 시작 때 만들어두는 거죠. 그리고 카레는 숙성시키면 시킬수록 맛있다 보니 한 주의 마지막인 금요일은 카레 맛의 절정에 달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학창 시절 때도 금요일만 되면 평소보다 야마쇼쿠에 사람이 많았던 기억이 나네요. 참고로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화요일은 카레를 안 팔고 하야시 라이스를 팔았습니다. “화요일의 하야시라이스(火曜日の ハヤシライス)”라고 불렸는데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네요. 아는 사람 중에서는 또 이것만 찾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또 와카키치 라멘(若き血ラーメン)이라는 라멘 고정 팬층이 있었습니다(와카키치는 게이오대학의 응원가로 다들 교가는 몰라도 이 응원가는 외우고 있습니다. 저도 그중 한 명이고요.).
만드는 법은 뭐 여느 3분 카레가 그러하듯, 끓는 물에 덥히거나 접시에 부은 뒤 전자레인지로 돌리면 됩니다. 야마쇼쿠 카레는 후쿠진즈케(福神漬け; 무 절임의 일종)와 먹어야 제맛이지만 락교를 더 좋아하는 관계로 락교를 곁들이고, 근처 슈퍼에서 사 온 돈카츠도 올려서 카츠카레로 하겠습니다.
카레를 덥혀왔습니다. 혈당 관리한답시고 오늘도 잡곡밥입니다. 일본의 3분 카레는 180g이 국룰인데 야마쇼쿠는 220g입니다. 비싼 만큼 양은 많이 주네요. 돈카츠는 야마쇼쿠의 카츠카레보다 더 고급진(?) 두툼한 녀석으로 사 왔습니다. 야마쇼쿠는 야마쇼쿠 전용 그릇 (게이오의 3 색기 컬러를 한 전용 그릇이 있습니다)에 담아먹어야 제맛인데 아쉽네요. 코로나 때 야마쇼쿠가 재정난으로 문 닫을뻔했는데 크라우드 펀딩으로 이 그릇을 판매하면서 화려하게 재기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재판매하면 하나 사두고 싶긴 하네요. 구글에서 “山食 カレー”로 검색하시면 같이 보이는 접시가 바로 그 접시입니다.
맛은…
뭐 나쁘지 않습니다. 실제로 야마쇼쿠에서 먹는 카레의 맛이 약간 느껴지는데, 사실 레토르트 카레 자체의 한계도 같이 느껴지네요. 장기보존을 위한 식품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전형적인 일본 카레와 한국식 카레의 중간 느낌인데 단맛이 좀 적고 후르티 함과 스파이시함이 메인입니다. 아무래도 역사가 오래된 가게이다 보니 옛날 카레라이스에 가까운 게 아닐까 싶습니다. 집에 우스터소스가 있으시다면 살짝 뿌려드셔도 좋습니다 특유의 후르티 한 산미가 좋은 자극이 되어줍니다. 위의 사진 또한 따로 우스터소스를 뿌린 것입니다.
날씨만 좋다면 게이오에서 도쿄타워까지는 걸어갈만합니다. 금요일에 근처를 지나가신다면 야마쇼쿠에서 카레를 한 번 드셔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아니면 화요일의 하야시라이즈도 괜찮고요 (아직도 파는진 모르겠습니다만). 1937년에 문을 연 가게이니 거의 100년 가까이 영업 중인 노포 카레집이기도 합니다. 혹시라도 졸업생(塾員)이라면 레토르트 하나 사서 집에서 드셔보셔도 괜찮습니다. 맛이야 그럭저럭이지만 추억보정 덕분에 생각보다 맛있게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식당은 외부인도 이용가능합니다만, 식사시간은 학생들로 붐비니 시간을 약간 어긋나게 가시는 걸 추천합니다(게이오의 점식시간은 12시 15분부터 13시까지입니다). 참고로 정문 쪽 건물 3층에 졸업생 전용 라운지가 생겼던데 분위기도 좋고 하니 시간 되시는 분은 들려보세요. 졸업생이 아닌 동행도 같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눈앞에 코코이찌방과 야마쇼쿠의 카레가 있다? 그야 코코이찌방 먹습니다. 그런데 가끔씩은 야마쇼쿠에 손이 갈지도 모르겠네요. 50% 이상은 추억보정이겠지만요.
종합평가: ★★ (2.0)
상점명 : 야마쇼쿠 (山食)
시식일시: 2025년 5월 21일 (수) 19시경
위치: JR타마치(田町) 역 또는 지하철 미타(三田) 역 도보 5분
Google map : https://maps.app.goo.gl/Hfxg8q8uHE2VjHtdA
제 리뷰의 점수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명점 = 장시간의 웨이팅 또는 치열한 예약경쟁의 가치가 있는 집
★★★:맛집 = 단시간의 웨이팅 또는 예약의 가치가 있는 집
★★:평범 = 어딜 가나 있을법한 퀄리티
★:비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