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는 맛집일 수도 있으나...
본 글은 2025년 5월 18일, 네이버 카페 "네일동: 일본여행카페"에 게재한 글을 옮겨왔습니다.
원 글은 https://cafe.naver.com/jpnstory/3975399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박 3일간의 도쿄 출장을 마치고 오사카로 돌아오는 날이었습니다. 어제는 비가 많이 내렸는데 오늘은 비는 그치고 꿉꿉하고 후덥지근하더군요. 일은 15시 조금 넘어서 끝났지만, 돌아가는 신칸센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서 하라주쿠에 있는 I'm Donut? 에 들렀습니다. 단 것도 안 좋아하고 빵도 별로 즐겨 먹지는 않습니다만, 도쿄 출장 가기 전에 아내가 요즘 유명한 가게라며 먹어보고 싶다고 했던 게 생각났습니다. 도쿄에 지점 4개, 후쿠오카에 지점 1개가 있고, 본점은 나카메구로(中目黒)이지만 시나가와에서 신칸센을 타야 하니 야마노테선인 하라주쿠 지점으로 갔습니다. 솔직히 그냥 SNS로 부풀려진 과대광고 맛집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안 먹어보고 욕할 수는 없으니 사가 보기로 했습니다. 가게 이름이 I'm Donut?인데 Am I Donut? 이 맞는 표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영어는 전혀 할 줄 모르니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위치는 하라주쿠역에서 가까웠습니다. 출구 나와서 신호 건너자마자 가게가 보이더군요. 정확히 말하자면 가게가 보인다기보다는 행렬이 보였습니다. 가게에 도착한 시간은 일요일 오후 15시 45분이었습니다. 옆의 엘리베이터를 타면 Eat-in은 가능한 것 같은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테이크 아웃이었습니다.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습니다만 대강 세어봤을 때 50~60여 명가량이 줄을 서고 있었습니다. 2인 1조가 많으니 실제로는 30팀 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손님의 60% 정도가 일본인, 40% 정도가 외국인이었습니다. 한국인은 저를 포함해서 세 명이었습니다. 나중에 보여드릴 메뉴에 영어도 병기되어 있고, 점원들도 어느 정도 영어가 가능하니 일본어를 잘 못하시는 분에게도 접근성은 좋은 것 같습니다.
줄 서고 기다리다 보면 점원이 메뉴와 펜을 줍니다. 미리 오더를 받아두는 형식으로, 원하는 메뉴 옆에 수량을 적고 밑에는 이름을 적으면 됩니다. 이미 제가 메뉴를 받은 시점에서는 상당수의 메뉴가 주문 불가였습니다. 재료가 소진된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오늘은 안 파는 메뉴인지는 모르겠네요. 아마 전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또한 가장 밑의 두 메뉴는 갓 튀겨낸 도넛인데 포장은 되지만 뚜껑 있는 용기에 포장은 불가능하다고 적혀있습니다. 뚜껑 있는 용기로 포장하면 습기 때문에 눅눅해지니 그런 게 아닐까 싶네요. 혹시라도 밑의 갓 튀겨낸 도넛을 구입하신다면,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먹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나중에 공식 홈페이지에서 알아보니 이 갓 튀겨낸 도넛은 하라주쿠점 한정판이라고 합니다.
다들 도넛 두세 개 사가는 분위기였습니다만, 저는 외지에서 온 사람이고 다시 올 일도 없을 것 같으니 6개를 주문했습니다. 적고 나서 10분 정도 지나고 나면 점원분이 메뉴를 회수하러 옵니다. 이때 점원이 "스트로베리 초콜릿 생(生) 프렌치 크룰러" (메뉴 왼쪽 위에서 두 번째 메뉴)도 시킬 수 있는데 어떡할지 물어보길래 이것도 2개 추가해서 총 8개를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약 3000엔 정도였습니다. 참고로 지 스트로베리 초콜릿 생 프렌치 크룰러 (뭐 이렇게 이름이 긴지...)는 제 바로 뒤에 있는 팀이 두 개를 주문함으로써 오늘 물량이 다 소진되었다고 합니다.
제 앞에서 줄 서고 있던 미국에서 왔다고 하는 커플 관광객(위 사진에서 계산 중인 남녀 커플)과 이 집 도넛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결국 우리 둘 다 먹어본 적은 없고 그냥 줄 서있길래 얼떨결에 줄 선 건데 기대된다 뭐 이런 이야기) 시간을 때우다 보니 16시 25분 즈음에 제 차례가 와서 구입했습니다. 기다린 시간은 결국 약 40분 정도였습니다. 현금은 물론, 카드, iD, Paypay 같은 간편 결제도 가능했습니다.
도넛이 뭉개지지 않도록 애지중지하면서 어찌어찌 신칸센을 탑승할 시나가와역에 도착했습니다. 일요일 오후라 그런지 정말 사람이 많더군요. 야마노테선에서 도넛 뭉개질까 봐 조심스래 들고 왔습니다. 받아보니 상자에 종이 봉지 하나인데, 아마도 도넛 8개가 상자에 다 안 들어가니 일부는 종이 봉지에 넣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신칸센까지 시간이 1시간 넘게 남아서 근처에서 밥이라도 먹고 탈까 했는데 갑자기 키요켄(崎陽軒)의 슈마이 도시락(シウマイ弁当)이 먹고 싶어 지더군요. 기차에서 먹는 도시락(에키벤[駅弁])은 가성비가 그다지 안 좋아서 잘 먹지는 않습니다만 키요켄의 슈마이 도시락은 참 좋아합니다. 개인적으로 에키벤 중에 두 번째로 좋아하는 메뉴입니다(참고로 첫 번째는 각종 조개가 들어간 시나가와 카이즈쿠시 [品川貝づくし]입니다.). 슈마이, 카라아게, 카마보코, 계란말이, 죽순 조림, 생선구이가 들어가 있어서 누구나 호불호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구성입니다. 결국은 신칸센 안에서 슈마이 도시락을 먹기로 하고 신칸센 시간은 한 시간 정도 앞당겼습니다. 생각해 보니 키요켄 슈마이 도시락은 참 좋아하는데 정작 요코하마에 있는 키요켄 점포에는 가본 적은 없네요.
오사카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박스가 옆으로 빼는 형식이네요. 7개가 박스 안에 들어있고 나머지 하나 (스트로베리 초콜릿 생 으어어어어)는 종이봉투에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먹을 것만 빼서 따로 담았습니다. 가장 밑에 것부터 시계방향으로 아임도넛 (아마도 시그니처 메뉴), 스트로베리 초콜릿 생 아싸라비아콜롬비아, 말차 화이트 초콜릿, 말차 믹스베리 크림 도넛입니다.
중요한 건 맛이죠. 미리 말씀드리자면 저는 단것을 안 좋아하고 빵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저와 다른 식성을 가지신 분들께는 참고가 안될 수도 있습니다. 일단 가장 기본이 되는 아임도넛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일반적인 도넛과 꽈배기가 섞인듯한 식감인데, 한국의 꽈배기보다는 밀도가 있는 편이고 눅눅(좋게 표현하자면 촉촉)합니다. 겉에는 얇게 글레이징이 되어있고 슈가파우더가 뿌려져 있는데 저에게는 좀 달게 느껴지더라고요. 다른 메뉴를 포함해서 당도의 경우, 던킨이나 미스터 도넛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봅니다. 일반적인 도넛에 비해 약간 쫄깃한 느낌은 있는데, 미스터 도넛의 폰데링 정도의 쫄깃함과는 또 결이 다릅니다. 조직의 밀도가 높고 수분기가 많음에서 비롯되는 쫄깃함이 아닐까 싶네요. 또한 이건 어쩌면 도쿄에서 오사카까지 들고 오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만 도넛이 전반적으로 기름에 쩔어있는 느낌이 있어서 저에게는 꽤나 느끼했습니다.
제 기준에서는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눈앞에 이 가게와 미스터 도넛이 있다면, 주저 없이 미스터 도넛에서 폰데링과 츄러스를 사 먹을 것 같네요. 가격적인 부분에서도 더 저렴하기도 하고요. 누군가에게는 도넛과 한국식 꽈배기의 좋은 점을 합쳐놓은 맛집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저에게는 도넛과 한국식 꽈배기의 좋은 부분만 빼놓고 합쳐놓은 하위호환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참고로 단 것 좋아하고 빵순이인 아내도 여기보다 미스터 도넛이 더 낫다고 했습니다.)
I'm Donut? 은 지점에 따라 취급하는 메뉴가 매우 다르다고 합니다. 따라서 다른 지점을 방문하시는 분들은 그쪽 리뷰를 참고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또 이번엔 먹을 수 없었지만 (갓 튀겨낸 꽈배기가 매우 맛있듯이) 갓 튀겨낸 아임도넛은 줄을 안 서도 된다면 한 번 먹어보고 싶긴 합니다.
종합평가: ★☆ (1.8)
상점명 : I'm Donut? Harajuku
방문일시: 2025년 5월 18일 (일) 16시경
위치: JR 하라주쿠(原宿) 역 도보 2분
Google map : https://maps.app.goo.gl/FYrvUdgzV17eCX5B8
제 리뷰의 점수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명점 = 장시간의 웨이팅 또는 치열한 예약경쟁의 가치가 있는 집
★★★:맛집 = 단시간의 웨이팅 또는 예약의 가치가 있는 집
★★:평범 = 어딜 가나 있을법한 퀄리티
★:비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