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까지 와서 탄탄멘을 먹어야 할까? (먹어야 한다)
본 글은 2025년 6월 16일, 네이버 카페 "네일동: 일본여행카페"에 게재한 글을 옮겨왔습니다.
원 글은 https://cafe.naver.com/jpnstory/3999956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5월 24일(토) 당일치기 도쿄 출장이 있었습니다. 이번 출장지는 타카다노바바(高田馬場) 역 근처(라고는 하시만 사실 꽤 떨어진)에 있는 와세다대학(早稲田大学)이었습니다. 미팅이 14시부터 고, 도쿄역에 도착한 시간이 11시 즈음이었기에 점심을 뭘 먹을까 신칸센 안에서부터 열심히 고민해 왔습니다. 제 첫 직장이 타카다노바바 쪽에 있었고, 당시에는 지하철 토자이(東西) 선으로 두 역 정도 떨어진 나카노(中野) 근방에 살았던지라(사실은 세이부신주쿠[西武新宿] 선의 아라이야쿠시[新井薬師] 역 쪽이 더 가까웠습니다) 지리나 맛집도 그럭저럭 알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나카노 살던 당시, 정말 정말 애정하던 시루나시 탄탄멘(汁なし担々麺), 즉 국물 없는 탄탄멘집에었던 탄탄타이거(タンタンタイガー)를 가기로 했습니다. 신칸센에서 요즘도 영업했는지 좀 검색해 봤는데 문을 닫은 지가 좀 됐더군요. 대신 카구라자카(神楽坂) 지역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것 같기에 이곳을 가기로 했습니다. 가장 가까운 역은 에도가와바시(江戸川橋) 역이지만 카구라자카역에서도 걸어갈 만하고, 어차피 와세다와 같은 토자이선 한 역 차이기도 하니까 오히려 동선상으로는 이득이죠.
카구라자카는 관광지로는 그다지 인기가 없는 것 같긴 한데 일본에서는 세련된 가게, 그리고 고오오오오오오오급 음식점이 많은 동네로 유명합니다. 실제로 타베로그 등에서 검색해 보면 고급 요정 같은 곳도 많이 나오죠. 동네는 전반적으로 조용합니다. 에도가와바시역에서 걸어가면 평지인데, 카구라자카역에서 출발하면 한동안은 내리막길입니다. 요즘같이 더운 날에는 가까운 에도가와바시역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게 앞 전경입니다. 12시 즈음에 찍은 사진인데 내부는 만석이었고 제 앞에 세 명정도 웨이팅이 있었습니다. 한때 제가 가장 좋아했던 가게로서 3명 웨이팅 정도는 일도 아니기에 기다렸습니다.
예전에는 기간 한정 메뉴 같은 거 없었는데 요즘은 이런 것도 있네요. 이번에 주문한 메뉴는 기본메뉴인 시루나시 탄탄멘에 고수(パクチー) 토핑, 소(小) 라이스로 1,230엔이었습니다. 맵기는 무료로 5단계까지 선택가능합니다. 맵기는 두 종류가 있어서 일반적인 매운 정도(辛さ; 카라사)와 얼얼함(痺れ; 시비레)를 선택합니다. 전자가 고춧가루의 매운맛, 후자가 산초가루의 혀가 마비되는 듯한 얼얼함입니다. 예전에 나카노에서 다닐 때는 늘 5/5였는데 오랜만에 오기도 했고 혹시 모르니 4/4로 했습니다. 참고로 무료로 선택 가능한 범위가 5고, 추가로 100엔을 내면 6까지 선택가능합니다. 만약에 6/6으로 하신다면 200엔을 추가하시면 됩니다.
내부는 모두 카운터석이고, 전반적으로 깔끔합니다. 카운터 위에는 두 종류의 식초가 놓여있습니다. 하나가 생강식초, 또 하나는 흑식초입니다. 이 부분은 옛날과 똑같네요.
주문한 메뉴가 나왔습니다. 고수 토핑을 올린 시루나시 탄탄멘, 맵기 4/4입니다.
고수가 푸짐하게 올라와있는 게 보기 좋네요. 예전에는 고수는 향과 맛 둘 다 역겨워서 못 먹었는데 지금은 없어서 못 먹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고수를 좋아하게 된 계기도 사실 이 가게입니다. 주변 손님들이 꼭 고수를 토핑 해서 넣는데 솔직히 저는 "아니 왜 돈 주고 라멘에 화장품을 부어먹는 거지?"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고수를 먹을 줄 알게 되면 미식의 폭이 확연히 늘어난다는 점(특히 중국, 동남아, 중남미 요리)에서 고수 혐오를 극복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13년 전, 미국에 유학 중일 때도 멕시칸이나 동남아 음식점 갈 때마다 늘 "no cilantro!!!!" 하면서 고수를 빼왔는데 조금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죠. 그리고 2018년, 이 가게에도 익숙해질 때 즈음해서 고수 토핑 추가에 도전하면서 "내가 고수를 잘 못 먹으니 조금만 달라"라고 했더니 그냥 돈 안 받으시고 고수를 조금 주시더군요. 사실 그때도 고수를 왜 먹는지 이해를 못 했습니다. 그런데 이 짓을 두세 번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고수향이 향긋하게 느껴지더군요. 그때 부터는 고수를 산더미처럼 쌓아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고수를 싫어하신다면 당연히 토핑 빼셔야겠지만, 고수를 좋아하신다면 고수 추가 토핑은 꼭 올리시길 바랍니다.
먹는 법은 잘 비벼서 드시면 됩니다. 고춧가루가 잔뜩 올라와있는데 생각보단 맵지 않았습니다. 역시 5/5로도 괜찮았을 것 같네요. 참고로 저는 불닭볶음면은 맛있게 잘 먹고, 핵불닭은 헉헉 맵다 매워하면서 먹는 수준입니다. 신라면으로도 충분히 맵다고 느끼시는 분이라면 2/-나 3/-정도가 좋겠네요. 얼얼함은 요즘 마라탕 드셔보신 분도 많고 하니 각자의 취향이 있으시리라 봅니다.
첫 입은 비벼서 그냥 드시고, 두 번째부터는 식탁에 놓인 식초를 뿌려드시면 됩니다. 식초는 두 종류인데 압도적으로 흑식초를 추천드립니다. 나카노에서 다닐 때 점주가 가고시마의 흑식초가 아닌, 중국에서 공수한 흑식초라면서 자랑했는데 확실히 감칠맛의 수준이 다릅니다. 저는 거의 소주잔 한 잔정도의 분량을 뿌리는데 음식에 식초 치는 거 별로 안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으니 조금씩 추가하면서 취향에 맞춰 드시면 되겠습니다.
다 먹고 나면 건더기, 양념이 꽤 나 많이 남습니다. 다 드셨는데 배가 고프신 분들은 라이스(소 사이즈) 하나를 넣어서 비벼드시면 딱 좋습니다. 간도 딱 맞고, 남아있는 양념이 라이스 작은 거 비벼먹기 딱 좋은 만큼 남아있습니다.
옛날과 (거의) 변함없는 맛으로 만족스러운 가게였습니다. 하지만 "거의"변함없었다는 것은 조금은 변했다는 거죠. 그리고 이 변한 부분이 저에게 있어서는 정말 크리티컬 하게 마이너스였습니다. 제가 탄탄타이거를 정말 좋아했던 이유 중 하나가 건새우가 푸짐하게 들어가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건새우가 양념을 적당히 흡수하게 되면 쫄깃해지고 이걸 씹을 때마다 식감과 농축된 새우의 맛, 감칠맛이 입안에서 폭발하던 그 느낌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 건새우가 정말 푸짐했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 건새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새우맛 자체는 느껴지니 들었는가 있는 것 같은데 잘게 갈려서 들어간 게 아닐까 싶네요.
시루나시 탄탄멘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제가 제일 맛있다고 생각하는 시루나시 탄탄멘 Top3가 이곳 탄탄타이거, 그리고 이케부쿠로의 양(楊), 마지막으로 오사카의 한 가게입니다. 나름 이 나라에서 20년 가까이 살면서 좋아하는 집도 많이 생겼는데 관광객이 별로 없는데 웨이팅이 좀 있는 가게는 네일동에 안 쓰려고 하고 있습니다(예약제면 그냥 공개합니다만). 제 리뷰 따위의 영향력은 병아리 눈꼽만큼도 안되긴 하지만 그래도 경쟁자는 한 명이라도 적은 게 좋으니까요... 이케부쿠로의 양은 뭐, 고독한 구루메 나오면서 워낙 유명해졌으니 어쩔 수 없지만 탄탄타이거도 이제 놔줄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건새우가 사라지면서 저의 최애 시루나시 탄탄멘집은 오사카의 가게가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시루나시 탄탄멘 중에서는 맛있는 집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예전에는 95점 정도 하던 가게가 이제는 85~90점이 되었을 뿐입니다. 동선 짜기가 애매하긴 하지만 시루나시 탄탄멘을 좋아하시거나 한 번 도전해보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충분히 추천드릴만한 가게입니다. 토요일 오후 12시에도 웨이팅 3명뿐이었으니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가게에 외국인을 위한 배려는 전혀 없습니다. 일본어가 어느 정도 가능하신 분들이 방문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종합평가: ★★★☆ (3.2)
상점명 : 탄탄타이거 (タンタンタイガー)
시식일시: 2025년 5월 24일 (토) 12시경
위치: 지하철 에도가와바시(江戸川橋) 역 도보 3분, 또는 카구라자카(神楽坂) 역 도보 5분
Google map : https://maps.app.goo.gl/1YY1uinSmWv41dda7
제 리뷰의 점수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명점 = 장시간의 웨이팅 또는 치열한 예약경쟁의 가치가 있는 집
★★★:맛집 = 단시간의 웨이팅 또는 예약의 가치가 있는 집
★★:평범 = 어딜 가나 있을법한 퀄리티
★:비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