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에게도 생소한 쿄츄카라는 장르
현세의 지옥이라고 부를 수 있는 여름날 교토를 다녀왔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교토 자체를 잘 안 가는데, 여름의 교토는 더더욱 가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오늘은 이마데가와(今出川) 역 근처의 도시샤대학(同志社大学)에서 미팅이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다녀왔습니다.
오늘 방문한 호마이로(鳳舞楼)는 쿄츄카(京中華)라고 불리는,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꽤나 생소한 장르를 전문으로 하는 가게입니다. 쿄츄카, 우리말로 하면 "교토식 중화요리"입니다. 한국에도 짜장면, 짬뽕, 탕수육으로 대표되는 한국식 중화요리가, 미국에도 오렌지 치킨, 쿵파오 치킨, 몽골리안 비프등으로 대표되는 미국식 중화요리가 있듯이, 일본 또한 짬뽕, 레바니라(レバニラ), 천진반(天津飯)과도 같은 일본식 중화요리가 있죠. 그 원류가 되는 음식은 대부분 중국에도 있겠습니다만, 각각의 나라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해 이제는 별개의 요리 카테고리가 되었습니다. 일본식 중화요리는 쉽게 맛볼 수 있는 체인점으로는 흔히들 "교토오쇼"라고도 부르는 "교자노 오쇼" (餃子の王将), "오사카 오쇼" (大阪王将), 그리고 "바미얀" (バーミヤン)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일본식 중화요리의 하위장르가 교토식 중화요리입니다.
교토식 중화요리는 1924년에 개업한 하마무라(ハマムラ)를 시작점으로 칩니다. 킨테츠(近鉄) 교토역 1층, 그리고 교토역 이온몰에도 입점해 있어서 다녀오신 분도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쿄츄카의 특징은 "자극적이지 않음"입니다. 중화요리에서는 빠질 수 없는 마늘, 생강, 팔각과 같은 향채를 최대한 쓰지 않는 걸로 유명합니다. 사용하는 야채들 또한 교토산 야채, 즉 쿄야사이(京野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 또한 특징입니다만, 역시 쿄츄카의 특징은 깔끔함입니다. 따라서 마늘러버를 넘어서 마늘 중독인 한국인에게는 다소 밋밋할 수도 있습니다만, 많이 먹어도 크게 느끼하지도 않고, 잘 질리지도 않는 은은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많은 한국인 관광객에게 유명한 쿄츄카 전문점으로는 토카사이칸(東華菜館)이 있습니다. "무슨 소리냐, 난 그런 이름 가게 들어본 적도 없다"라고 하시는 분이 많겠습니다만, 아마 외관은 기억나실 겁니다.
이 건물입니다. 한큐(阪急) 카와라마치(河原町) 역 또는 케이한(京阪) 기온시죠(祇園四条) 역 근처에 있는 분위기 파악 못하는 서양식 건물이죠. 이 건물, 사실은 중국집입니다. 교토역 최고 번화가 (관광객기준)에 있는 고풍스러운 서양식 건물의 내부가 중국집입니다. 저도 가본 적은 없습니다만 한 번쯤 가보고 싶네요. 음식이 궁금하다기보다는 지금도 운행 중이라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엘리베이터를 타보고 싶은 뿐이긴 합니다.
아무튼 쿄츄카의 시조쯤 되는 하마무라의 초창기 요리장이 광둥 성 출신인 코 카키치(高 華吉)씨였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코 카키치가 독립해서 낸 가게 중 하나가 호마이(鳳舞)이고, 이 가게에서 약 20년간 수행한 아이바 테츠오(相場哲夫)씨가 2015년에 개업한 가게가 오늘 다녀온 호마이로(鳳舞楼)입니다.
가게는 교토 지하철 이마데가와역 6번 출구와 붙어있는 건물 5층에 있습니다. 11시 30분 오픈인데, 11시 25분 즈음에 도착했습니다. 도착 당시에는 저희 그룹 4명을 포함해서 약 10여 명가량이 줄을 서고 있었습니다. 문 열기도 전에 줄을 서는 가게이니 맛은 틀림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는 도시샤 대학에서 근무하는 교수님이 미리 예약을 해주셔서 바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예약은 전화로만 가능한데, 그냥 오픈시간 맞춰서 오셔도 문제없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게 내부입니다. 4인 테이블석이 10개 정도 있었고 카운터석도 있었습니다. 혼자서 오셔도 괜찮을 것 같네요.
메뉴입니다. 그랜드 메뉴는 모르겠고 런치 메뉴만 찍어왔습니다. 이곳의 시그니쳐 메뉴는 카라시소바(からしそば)입니다. 우리말로 하면 "겨자 소바"입니다. 이 메뉴는 코 카키치씨가 고안한 메뉴로 호마이의 면 담당이었던 아이바 테츠오가 그 맛을 그대로 이어받았다고 합니다.
이미 이 가게를 몇 번이나 와본 적 있는 도시샤대학의 교수님은 "이곳의 명물 요리니 처음 온 사람에게 추천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맛은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면도 좋아하고 겨자도 좋아하니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단품으로는 1,200엔인데 쇼마이 2개가 함께 나오는 런치세트는 1,550엔입니다. 저를 포함해 네 명 모두 같은 런치세트를 시켰습니다. 참고로 오늘은 연구 프로젝트 미팅으로 모인 거였고 한 명은 멕시코인? 미국인?인데(미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국적이 멕시코) 이 분도 매운 거, 면은 잘 먹는다면서 호기롭게 같은 메뉴를 시켰습니다.
먼저 쇼마이가 나왔습니다. 평범한 쇼마이처럼 보이는데 꽤나 신선하더군요. 큼지막한 연근이 들어가 있어서 사각사각 씹히는 맛이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마늘 생강향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고는 생각했습니다만, 이건 이거대로 괜찮은 것 같습니다.
한참을 기다리니 메인메뉴인 카라시소바가 나왔습니다. 첫 타임이라 그런지 주문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나오는 타이밍이 꽤나 늦어집니다. 참고로 저희 테이블을 포함해서 반 이상이 같은 카라시소바를 시켰습니다.
항공샷입니다. 참고로 일본식 중국집에서 "소바"가 붙으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라멘이 나오기도 합니다만, 이번 음식과 같이 걸쭉한 소스인 "앙"(あん)이 올라간 면요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이렇게 앙이 올라간 음식에는 앞에 접두사로 "앙카케"(あんかけ)가 붙기도 합니다. 참고로 이곳은 야키소바도 취급하는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야키소바와는 다릅니다. 일본 중국집에서 야키소바를 시키시면 앙카케 튀긴 면이 나옵니다. 가게에 따라서는 상하이 야키소바라는 이름으로 제공하기도 하고, 나가사키(長崎)의 야키짬뽕(焼ちゃんぽん)과도 비슷한 요리입니다.
카라시소바는 맛있었습니다. 코가 찡할 정도로 겨자맛이 강하지 않고 기분 좋은 수준의 겨자향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겨자잎과 비슷한 수준이 아닐까 싶네요. 면은 스트레이트 중화면이고 간도 짜지 않고 딱 좋았습니다 (싱겁지는 않습니다). 후반에는 식초를 한 바퀴 둘러서 먹었는데 이것 또한 괜찮더군요. 앙에는 새우, 목이버섯, 양상추가 듬뿍 들어있고 잡채용 돼지고기가 중간중간 씹힙니다.
일본에 카라시소바를 여기만 파는 건 아니겠습니다만 상당히 유니크한 메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죠. "맛은 그럭저럭이지만 여기 아니면 못 먹으니까 먹어본다"가 아니라 그냥 충분히 맛있어서 시킬만합니다. 따뜻한 면요리이긴 합니다만 겨자의 청량감이 여름과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일본식 중화요리 좋아하시고 매너리즘에 빠지신 분이라면 한 번쯤 들려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저도 가끔 생각날 것 같네요. 참고로 같이 온 멕시코인 교수님도 맛있다며 남김없이 다 드셨습니다. 계산은 프로젝트 총괄 교수님이 했습니다. 더욱 맛있게 느껴진 이유는 공짜밥이라서 그런걸 수도 있겠네요.
정기휴일은 화요일이고 요일에 따라서는 런치타임만 하기도 하니 사전에 일정을 잘 파악하셔서 방문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종합평가: ★★★☆ (3.6)
상점명 : 호마이로(鳳舞楼)
방문일시: 2025년 8월 3일 (일) 11시 30분
위치: 교토 지하철 이마데가와(今出川) 역 6번 출구 도보 1분
Google map : https://maps.app.goo.gl/scZHTxpgybRzwogx8
제 리뷰의 점수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명점 = 장시간의 웨이팅 또는 치열한 예약경쟁의 가치가 있는 집
★★★:맛집 = 단시간의 웨이팅 또는 예약의 가치가 있는 집
★★:평범 = 어딜 가나 있을법한 퀄리티
★:비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