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가 멈추지 않으려면
나는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다닌다.
문제는
온도다.
오늘 한낮에 밖이 화씨 95도(섭씨 35도)였다.
플로리다의 찌는 듯한, 아니 살을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더위를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한낮에 자전거를 탄다는 것이 숨이 얼마나 턱턱 막히는 일인지를.
점심때 일을 시작해서 밤 늦게까지 일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어서 생체리듬이 이에 맞춰져 있는데 낮에 사무실에 도착하면 땀이 비오듯해서 항상 화장실에서 세수를 해야만 일을 시작할 수 있다.
오늘은 몸이 더위를 먹어서 도착하자마자 쏟아지는 잠을 억누를수가 없어서
책상에 엎드려 반시간정도 낮잠을 청하고 일어나니 머리가 멍했다.
어쨌든....1
난 자전거를 좋아한다.
내 본격적인 자전거타기의 역사는 중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내 첫 자전거는 아는 동네형한테 그당시 돈 만원주고 샀는데
다음날 동네 전자오락실 놀러 갔다가 도둑맞았다. ㅡ,.ㅡ;
정말 울고 싶었다...
어쨌든....2
두번째 자전거를 사고서야 드디어 진정한 내 자전거 시대가 열렸다.
고등학교때 통학용으로 샀는데 난 유난히 싸이클을 좋아했다.
괜히 타고 다니면 요즘 말로 '간지'나 보였으니까.
지금이야 자전거가 흔하지만 그 당시 만해도 그리 쉽게 구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니었다.
그래서 중고로 거금 육만원을 주고 구한 그렇게 애지중지 하던 내 하늘색 싸이클!!!!
밤 늦게 동네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나왔는데 자물쇠를 누가 자르고 훔쳐가 버렸다 ㅡㅡ;;;;;;
어쨌든 통학용이었기 때문에 다시 중고로 또 한대의 자전거를 구했다.
그 자전거를 동생에게 주고 난 서울로 대학을 갔다.
어쨌든....3
대학 1학년때는 대학 기숙사여서 자전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는데,
대학 2학년때 기숙사를 나오고 하숙을 하면서 난 또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군대를 가기 전까지 학교에 자전거를 타고 다녔는데
그 가파른 공대까지 힘들게 올라갔다가 수업 끝나고 질주해 내려오던 그때 그 기분 정말 좋았다.
그 자전거를 군대가면서 과친구 영진이에게 넘겼는데 휴가나와서 종종 살펴보니 관리가 엉망이고
나중에 보니 역시나 도둑맞았다는 말을 들은거 같다.
어쨌든....4
제대후 대전집에 머물면서 복학전까지 10개월을 보냈는데 역시나 자전거가 내 발이 되어 주었다.
문제는 이 놈의 자전거 브레이크가 제대로 듣지 않았다는 거다.
그래서 언젠가 따라가던 차를 들이받고 운전자 아주머니에게 머리를 백번 조아렸던 기억이 난다.
급기야 저녁때 옆길에서 나오던 차를 미처 보지 못하고 브레이크를 잡았음에도 그대로 옆문에 들이받고 앞바퀴가 휘어버리는 큰 사고가 난 후에야 그 자전거를 폐기했다.
자전거와 가장 연이 없었던 이시기 언젠가 충남대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때에
내리막길에서 콘크리트 바닥에 미끄러져 아직도 내 오른팔에는 10 cm 가량의 흉터가 남아있다.
어쨌든....5
대학졸업반 때도 자전거를 탓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다만 대학원을 다른 학교로 진학하면서 버스를 타야했기에 자전거와의 인연을 놓았다.
그러다가 미국으로 와서 박사 4년차인 올해초 학교 사무실을 옮기면서 여러가지 사정상 자전거가 필요해 졌다. 그래서 다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데 몸이 예전같지 않아 무척 힘들어한다.
한편으로는 건강부족이 심각했다는 자각도 있고 해서 적응하려고 상당히 노력하지만
플로리다 날씨가 도대체 협조를 해 주지 않으니 힘든건 어쩔 수 없다.
어쨌든....6
자전거는 발로 힘차게 페달을 밟아주지 않으면 넘어진다.
살아있기 위해서는 앞으로 가야만 하는 것이 자전거이다.
현대 산업문명이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사람들은 기술혁신을 외쳐대지만 실은 기술 혁신을 통해 사람들에게 윤택한 삶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을 하지 않으면 구조적으로 현대 문명은 자전거처럼 넘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기술의 진보가 멈춰서는 순간 현대 문명은 필연적으로 넘어지게 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기술의 진보에는 한계가 있고 이는 이미 인간들도 자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 당위가 멈춰버린다면?
이 당위를 극복할 수 있는 패러다임의 구축,
이것이 현대라는 자전거를 타고 가고 있는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꼭 이룩해야만 숙명이다.
산업혁명이후 인간에게 거의 불변의 진리처럼 인식된 기술 진보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확신은
앞으로 질주하기만 하는 자전거에 인간들을 태우고 오늘도 무섭게 질주 중이다.
어쨌든....7
난 오늘도 더위와 싸우며 자전거를 탄다.
현대 기술 진보는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놀랍고 무섭다. 저때 저런 생각을 했는데 18년이 지난 지금 AI가 우리들의 이 자전거를 어디로 어떻게 데리고 갈지 기대와 걱정이 공존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는 '기술적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이 눈앞으로 다가온 현 시점에서 내심 걱정이 앞선다.
(계속)
*이 글을 읽기 전에 첫번째 '프롤로그'를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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