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2002]【5】4월의 기록

드뎌 토플셤보다

by 짜근별

2002년 4월의 기록들


2002-4-9 잠수중

2002-4-11 알딸딸...

2002-4-13 . . .

2002-4-21 일요일

2002-4-26 재으니...

2002-4-28 긴장감

2002-4-30 드뎌 토플셤보다.



2002-4-9 잠수중

정말 오랜만에 써 본다.
원래 날적이란 매일 쓰는게 아니었나???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정말 얼마 안 남았다.

잘 해내야 할 텐데...........

토플 공부에 올인 중이어서 대부분의 연락을 끊었었다.



2002-4-11 알딸딸...

오랜만에 마셔보는 술.... @&@''

헤헤... 알딸딸... 기분 좋다..

최 교수님하고 마시는 술은 언제나 고급에서 시작해서 고급으로 끝난다.

지난번에 50만원을 호가하는 로얄샬로트가 그랬고
오늘 마신 Charles V X/O도 만만치 않은 가격의 술이다.

오늘은 송강호가 백세주 광고하던 바로 그 고기집에서
다른 연구실 사람들하고 어울렸다.

북적대는 사람들..
오겹살..
코 앞에서 살랑거리는 고기를 담궜던 와인 냄새..
어느것 하나 나무랄데 없이 좋은 유쾌한 회식이었다.

대학원 사무실에서 일하는 은혜가 그만둔단다.
그동안 잼나게 같이 놀기도 했는데 다른 직장 찾아 간다니 아쉽기도 하고
...... 맘이 좀 그렇다.

헤헤...
딱! 기분 좋게 마신거 같아 좋다...

역시 음주 일기는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 지금 보니까 공부에 집중 한다고 해 놓고 할껀 다 했네.



2002-4-13 . . .

한가로이 노니는 사람들.
호수를 가득 채운 그윽한 여유.
행복이 묻어나는 친구, 연인, 가족들의 웃음소리...

일산 호수공원의 토요일 오후는 그렇게 흘러간다.

문득 가슴 한켠이 아려온다....

아직까지는 이별의 여진이 남아 문득문득 그녀가 보고 싶었다. 근데 저때 왜 집에서 한참 먼 일산 호수공원을 갔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2002-4-21 일요일

어렸을 땐 일요일이 항상 기다려졌다.

뜻도 모른체 아침 일찍 하는 AFKN의 만화영화를 떠지지도 않는 눈을 비비며 동생들하고 옹기종기 누워서 TV를 보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나중에 커서 그 만화 영화 제목이 '마크로스'라는 걸 알았다.

어정쩡 꾸물대다 보면 오전이 후다닥 지나가 버린다.

유난히 기억에 남는 TV 프로그램은 그 당시 장애물을 설치해놓고 그걸 다 통과하면 오늘의 용사가 되고 어쩌고 하는 그런 오락프로그램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아무런 의미도 없던 그런걸 왜 좋아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는 와중에서도 가족들 손잡고 가까운 대청댐 유원지라도 놀러 간다 치면 마냥 즐거웠다. 대둔산 산행도 좋은 기억으로 다가온다.

머리가 커지고 사춘기가 한참일 때 난 이상하게 나가는게 싫어졌다.
그래서 다른 가족 다 떠나도 나 혼자만 집지키고 있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경우가 많아졌다.

크나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 용사가 헬멧쓰고 난리치던 그 화면은 언젠가부터 영화를 맛배기로만 즐기게 한다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는 영화소개 프로그램이 차지하고 있고, 일어나서 리모콘을 들고 전원 버튼을 누르면 이런 프로그램이 나를 반기는 늦은 시간에야 눈을 뜨는 일요일만이 남았다.

피곤에 지친 일신을 점점 일으키기 힘들어지는
직장다니시던 아버지의 힘겨움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버렸다.

화창한 날이다.
얘들은 중간고사 본다고 도서관을 가득 메우고 있다.

저녁후 고즈넉한 한가로움을 달래려 연구실 앞 화단앞에 앉아서 사색에 잠겨본다.

눈이 어지럽다.

순수의 절정을 자랑하던 목련의 백색도
바람에 하늘거리며 봄의 전령임을 자랑하던 개나리의 노란색도 지나가버린 그 자리에
로마 황제 망토색을 연상케하는 철쭉의 진홍색과
자연의 생동감으로 가득한 관상수의 녹색이 가득 채우고 있다.

주중의 일상과 다르지 않은 내 일요일들이지만
그래도 일요일이면 마음만은 여유롭다는 걸 느낀다.

앞으로 열흘이다.
잘해낼 수 있을까?

결과야 어떻든 만족할 것 같다.
적어도 지금은 내 주어진 깜냥 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으니까.



2002-4-26 재으니...

결혼식 사진을 살포시 훔쳐보고 왔다.
이쁘네...
그래도 아직은 꼭 친구 결혼이 소꿉장난하는 얘들 같다는 마음이 든다. ㅎㅎㅎ

나는 초,중,고 모두 남녀공학을 나왔다. 중,고는 말만 남녀공학이지 학교 교사 중앙을 중심으로 좌우로 나누어 남녀 학급이 따로 되어있던 무늬만 남녀공학이었다. 재은이는 내 고등학교 동창으로 학창시절 내가 좋아했었던 여자애였다. 이 당시는 싸이월드가 한참 그 인기를 급격히 얻어가던 시기였는데 좋아하던 이성친구들의 싸이월드를 염탐하던게 그 당시 젊은 우리들의 일상. 결혼소식을 듣고 궁금해서 재은이 싸이월드 구경하고 쓴 일기. 시험공부하면서 바쁘다고 잠수 타면서 할 껀 다했네.



2002-4-28 긴장감

당혹스럽다.
잘 될라나..
욜심히 했는데 ...

토플 시험 이틀전. 자신 있다가도 우울감이 들고 하루에도 여러번 마음이 널뛰었다. 내 소화기능 장애는 학창시절부터 시작됐는데 시험 스트레스는 여러모로 몸을 좀 먹었다.



2002-4-30 토플셤보다.

실준비기간 3년 (우와~)

집중적 준비기간 3개월만에 토플 시험봤다.


점수 범위 217-273... 에세이가 5점만 나와도 263점..

흐흠.. PBT based로는 620점이 넘는 점수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할까. 노력이 가상하다고 해야할까.


Writing도 많이 생각해보던게 나와서 어려움없이 수월하게...

고생한 보람이 있어서 다행이다.


실로 엄청난 4월이었다.

Short paper 포함 논문 2편쓰고

국제학회초록 acceptance오고

교수님 발표자료 만들고

TOEFL준비에 수업 준비까지...

대학원이라 시험이 없는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지금 완젼히 탈진 상태이지만 기분만은 좋다.. ^^ㅋ

오후엔 얼마전에 산 노트북에다 불법소프트웨어나 잔뜩 깔아야 겠다.

(우리가 옆나라 욕하지만 우리도 저런 불법복제가 기본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얼마전에 다운 받아서 본 영화 "Thirteen Ghosts"

정말 무서웠다....

공포영화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 회자될 것 같은 기분이..



저 당시 토플 최소 요구 점수는 보통 학부 213점(PBT550점), 대학원은 230점 (PBT570점). 지난번에도 한번 이야기 한 적이 있는데 사실 최소 요구조건만 넘기면 토플 고득점은 대학원 입학 사정에 큰 의미는 없다. 토플 writing은 미리 공개된 질문 185개중 하나가 출제됐다. 시험보기 전에 대략 100개 정도 연습해보고 시험을 봤던 것 같다. 보통 '어떤 일을 처리할 때 이상주의자가 유리한가 현실주의자가 유리한가'와 같은 질문들로 자신의 논거를 세워 30분정도안에 대답하는 문제들이다.


나는 토플에서는 상당한 고득점을 받았다. 그런데 여기에는 어두운 뒷이야기가 있다. 저 당시에 '후기 타다'라는 말이 있었다. CBT는 기본적으로 문제은행 형식으로 출제되기 때문에 시험을 미리 본 사람들의 기억을 모으면 그 문제은행의 전체 윤곽이 그려지고 그 '후기'들을 모아서 제공하던 곳이 '해커스 어학원'이었다. 이 해커스 어학원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본 후기까지 모았었다는 설이 있었다. 물론 죽어라고 공부한 내공이 있기는 했지만, 내 고득점의 이유는 이 후기를 잘 탔기 때문이기도 했다. 절박했던 유학생들은 후기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웠고, 이것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이유가 어쨌든 간에 시험주관사인 ETS에서 절대로 하지 말라고 하던 금지사항이었기 때문에 항상 부끄럽게 생각하는 일이다. 다른 사람들도 다 했다는 사실이 부정행위를 정당화시키지는 않는다. 극심한 경쟁은 필연적으로 누군가에게 불공정 유혹을 일으키고, 정정당당하게 하려던 사람에게 박탈감을 일으켜서 결국 집단 전체를 불공정으로 이끈다.


토플도 문제였지만 미국 대학원 입학시험인 GRE의 경우 중화권에서 이 후기 부정행위가 크게 적발되어 그동안 컴퓨터로 보던 시험이 하필 내가 준비하던 2002년에 동아시아권 전체 나라가 종이 시험으로 대체되고 수시로 보던 시험도 일년에 두번 밖에 기회를 주지 않았다. 토플의 고비를 넘긴 나는 그해 11월에 있었던 GRE시험 대비로 태세 전환을 한다. 6월달 월드컵과 7월 해외학회 일정으로 잠시 소홀하기는 했지만 그해 여름과 가을 전체를 나는 GRE 시험대비와 함께했다.


(계속)


*이 글을 읽기 전에 첫번째 '프롤로그'를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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