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으로 피어나도 그 자체로 아름답다
티끌 하나 없이 맑았던 내 영혼은
어느새 붉은 기를 머금고
잔가시를 세운 모양이 되었다.
스쳐 지나간 인연들이 남긴 크고 작은
흠집과 스스로를 향해 겨눈 날 선 자책이
겹겹이 스며든 탓일 것이다.
멀리서 보면
세월이 포개진 그 빛이
짙고도 관능적으로 보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꽃잎마다 얇은 금이 가 있다.
그럼에도 아름답다.
그래서 아름답다.
예전의 옅은 빛을 띠던 모습도
지금의 깊게 물든 모습도
모두 나였으므로.
앞으로 또 다른 색을 머금는다 해도
또 몇 번의 결이 더해진다 해도
나는 나로서 피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