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은 단순했다.
지인과 인사를 나누며 스치듯 지나가던 그를 보며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정말 까만 피부를 가졌네.
운동하는 사람인가?’
두 번째 만남은 우연히 자리하게 된 모임이었다.
그가 내 앞에 앉아 있었다.
‘이 사람도 여기 있었구나.
좀 진중한 느낌이 있네.’
그러다 어느새
우리는 메신저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따분한 회사에서
그저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눌
상대 한 명쯤은 필요했으니까.
아주 가벼운 사이였다.
주말이 다가온 어느 날.
한창 망아지처럼 날뛰던 스물일곱의 나는
그에게 먼저 술을 마시자고 제안했다.
흔쾌히 수락했지만
하필 야근을 해야 한다며
그는 다음을 기약했다.
그런데 나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멈추지 않고 다음 날에도 물었다.
“오늘 나랑 술 마실래?”
그렇게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는데
두 번씩이나 자신을 만나자고 하는 내가
그에게는 꽤 의아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날 우리가 술잔을 기울이던 시간은
유난히 빠르게 흘러갔고,
생각보다 깊은 이야기들이 오갔다는 것이다.
살짝 붉어진 뺨은
술에 취해 붉어진 것인지
호감이 스며든 흔적인지
알 수 없이 점점 더 붉어질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
내 앞에 또 그가 앉아 있다.
8년째
그는 내 앞에서
다시 한 번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자기는 그때 내가 불렀을 때 어땠어?”
“그때 나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가재 눈을 뜨고 쳐다보니
그가 허허 웃더니
내 잔에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너무 좋아서 신나서 친구들한테 자랑했었지.
불러줘서 정말 고마웠어.
그날 불러준 덕에 우리가 가족이 되었잖아.”
아마도 내가 그를 불러낸 건
보이지 않는 운명의 끈이
이미 그의 손에 쥐어져 있다는 걸
어렴풋이 느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처음부터 희미하게 이어져 있던 그 끈을
우리가 함께 조금씩 당기며
점점 선명해지는 걸 느껴온 것일지도.
그게 무엇이든
오늘도 내 앞에 앉은 그의 손을
살포시 잡으며 말해본다.
너와 함께여서 나는 참 행복해.
평생 내 술친구 해주기로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