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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라미수 Apr 23. 2024

당신에겐 스몰토크, 나에겐 빅토크

 누군가에겐 스몰토크가 나에겐 늘 빅토크로 느껴졌다.

스몰토크는 일상적이고 소소한 대화를 말하며, 대화를 시작하거나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되는 형식적인 잡담을 일컫는다. 잘 모르는 관계에서 가벼운 주제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한 경우나 이미 아는 사이에서는 근황을 물으며 관심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분위기를 주도하는 외향형에겐 어렵지 않을 수 있는 이 자그마한 이야기가 내향형인 나에겐 늘 숙제처럼 느껴졌다.


 지역문화재단에서 음악 만들기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10주에 걸쳐 기초 음악이론을 공부하고 자작곡을 만드는 수업이었다.

강의실에 책상과 의자는 반원 모양으로 놓여 있었다. 강사님과 마주 보는 중앙은 부담스럽고 가장자리는 자료화면이 잘 안 보일 거 같아 중앙과 가장자리 사이 어중간한 자리에 앉았다. 대부분 첫날 앉은자리에 강좌가 끝날 때까지 앉게 된다. 그러다 보니 옆에 앉는 참가자들이 같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음악이라는 같은 관심사를 갖고 모인 사람들이었지만 먼저 말을 거는 건 어려웠다. 일주일에 한 번이긴 하지만 강의의 반이상 될 때까지 나의 윗입술과 아랫입술은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겨우 미소를 지으며 목례를 했다. 결과물을 발표하는 마지막 시간이 되어서야 칭찬과 함께 가볍게 말을 건넬 수 있었다.


 관심사가 같은 북토크나 글쓰기 모임, 취미 모임에서도 누가 다가와주기 전엔 집에 돌아올 때까지 입술 한 번 떼기가 어렵다. 몇 주에 걸쳐하는 강좌나 모임에선 친분을 쌓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생각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처음 보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지인들과의 스몰토크도 쉽지 않다. 근황과 안부를 묻는 한 마디를 하고 나면 말문이 막힌다. 대화를 조금 이어나가기 위해 스몰토크를 검색했다. 스몰토크 모음집이라도 있는 것처럼 음식, 날씨, 칭찬 등 주제별로 잘 나뉘어 있었다.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자료들이 있는 걸 보면 나처럼 스몰토크를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나 보다. 다행(?)이다.


 의미 있는 대화를 선호하는 내향형에겐 시시콜콜한 대화가 어렵다.

가벼운 이야기를 즐기진 않지만 가벼운 대화를 하다 보면 의미 있는 대화로 이어지는 가교역할을 해준다.

이번엔 먼저 말을 건네볼 거다. 더도 말고 두 번만 하자.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지요."

"옷이 화사하고 예쁘네요."

..... 이제 무슨 말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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