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본 후 소설로 읽은 [딸에 대하여]

by 티라미수

평일 오후, 독립 영화인 <딸에 대하여>을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를 보기 전 원작인 책을 먼지 읽지 못해 아쉬웠다.


<딸에 대하여> 포스터


한 달 후 <딸에 대하여> 소설을 읽으며 영화를 보기 전 책을 읽지 못한 아쉬움을 지울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영화 속 인물들의 말투, 몸짓, 표정들이 그려졌다. 소설책을 영화를 보 듯 생생한 느낌으로 읽을 수 있었다.


손발이 묶인 채 어디로 보내질지도 모르고 누워 있는 저 여자가 왜 나로 여겨지는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너무나도 분명한 그런 예감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기댈 데도 의지할 데도 없는 게 저 여자의 탓일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나는 이제 딸애에게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고 단념해 버린 걸까. 어쩌면 나도, 딸애도 저 여자처럼 길고 긴 삶의 끝에 처박히다시피 하며 죽을 기다리는 벌을 받게 될까. 어떻게든 그것만큼은 피하고 싶은 걸까.(p129)


젊은 날에 타인과 사회를 위해 모든 걸 소진하고 고통 속에서 홀로 늙어가는 젠의 가련한 모습을 보며 자신의 미래를 떠올려 측은지심이 생긴 거라 생각했다.

영화와 달리 책을 읽다 보니 젠의 모습에 자신의 모습뿐만 아니라 딸의 모습이 투영되어 고통스러워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애를 낳아 가족을 만들어 사는 삶이 정상가족으로 통용되는 사회에서 그렇게 살고 있지 않은 딸. 엄마가 생각하는 정상가족이 아닌 울타리 없이 외로이 홀로 늙어갈 딸의 모습을 젠에게서 발견한 게 아닐까.



그냥 있는 그대로 그러려니 봐 주면 안 되는 거야? 내가 뭐 세세하게 다 이해를 해 달라는 것도 아니잖아.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며? 각자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다며? 다른 게 나쁜 건 아니라며? 그거 다 엄마가 한 말 아냐? 그런 말이 왜 나한테는 항상 예외인 건데!
넌 내 딸이잖아. 넌 내 자식이잖니.(p106)


세상의 다양한 사고방식으로 다르게 살아가는 이들을 존중하지만, 내 딸은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 나도 같은 마음이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아무 예고도 없이 갑자기 부당해고를 당한 동료 강사를 위해 자신의 강의를 포기하면서까지 시위에 참석하는 딸을 보며 어떤 말을 건넬 수 있을까.


엄마, 여기 봐. 이걸 보라고. 이 말들이 바로 나야. 성 소수자, 동성애자, 레즈비언. 여기 이 말들이 바로 나라고. 이게 그냥 나야.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나를 부른다고, 그래서 가족이고 일이고 뭐고 아무것도 못 하게 만들어 버린다고. 이게 내 잘못이야? 내 잘못이냐고.(p107-108)


이들을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이들이 잘할 수 있는 일들을 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고 대우를 해주는 일이 그들이 바라는 것이다.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표현한 소설. 다양한 감정 묘사가 돋보였다.




[김혜진 작가]


1983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치킨 런」이 당선되면서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2013년 장편 소설 「중앙역」으로 제5회 중앙장편문학상을, 2018년 장편 소설 「딸에 대하여」로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는 소설집 『어비』, 『너라는 생활』, 장편 소설 『중앙역』, 『딸에 대하여』, 『9번의 일』, 중편소설 『불과 나의 자서전』 등이 있다. 2021 제12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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