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국내에 출시돼 소형 SUV 시장의 문을 연 르노삼성자동차의 QM3가 지난해 단종됐다. 올해는 후속 모델 격인 ‘르노 캡처’가 국내에 출시됐다. 외관은 전작과 비슷하지만 해외에서 수입한 르노 캡처는 전면부의 엠블럼이 르노삼성자동차의 ‘태풍의 눈’ 대신 전통의 ‘로장주’ 로 교체됐다.
시승을 위해 차량을 인도받을 때만 해도 차가 너무 작아 보였다. 얼마 전 르노삼성자동차가 출시한 XM3보다 작으니 SUV라고 부르기도 좀 아쉬운 느낌이었다. 하지만 막상 차에 올라탄 순간 SUV의 느낌이 확 다가왔다.
시승한 차량은 TCe260 가솔린 모델이다. 게트락 7단 습식 DCT를 적용하고 복합연비는 13㎞/ℓ다. 17.7㎞/ℓ의 연비를 자랑하는 디젤 모델보다 연비는 낮지만 확실히 소음이 덜하고 정숙성이 뛰어났다.
올라타자 마자 느껴지는 부분은 차체의 높이다. 일반 중형 세단보다 전고가 월등히 높다. 그러다 보니 시트에 앉아 바라보는 풍경이 SUV의 높이와 맞아 떨어진다.
물론 소형 차체여서 내부 공간이 아주 넉넉하지는 않다. 제법 몸집이 있는 성인 남성이 앉으면 운전석이 꽉 찬다. 뒷좌석 레그룸도 소형차 수준이다. 전장과 전폭이 QM3보다 110㎜, 20㎜씩 커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소형차 기준의 실내공간 범주다.
세로로 된 9.3인치 대형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가 화려하게 움직이며 탑승을 반겼다. 차량 외부 디자인이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해 앙증맞은 느낌인데다 투톤 바디 컬러를 적용했다. 내부 또한 국산차 인테리어와와는 사뭇 달라 ‘외제차구나’하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센터 콘솔이 2층으로 배치된 점이 인상적이다. 공중에 돌출된 듯 센터 콘솔과 기어가 장착됐고 그 아래로 스마트폰을 무선충전할 수 있는 공간이 놓여 있다. 2층 구조여서 아래 부분이 잘 안보인다는 단점이 있지만 어쨌든 꽤 개성있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디자인이다.
시동을 걸고 달리려면 액셀을 힘껏 밟아야 한다. 살짝 밟아서는 차가 움직이지 않는데 힘껏 밟으면 그제서야 빠르게 앞으로 돌진한다. 그러나 의외로 가속력이 뛰어나고 소음도 적어 마음에 든다. 고속 주행 구간에서도 자체의 흔들림이 적다. 전고가 높고 앞뒤 길이가 짧아 긴 차 운전을 부담스러워하는 여성들이 마음에 들어할 듯하다.
주행 성능도 상당히 뛰어나 코너링에서도 안정감이 좋고 보스의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음질이 매우 또렷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간거리 경보 시스템, 차선이탈 방지 보조 시스템 등 주행안전 시스템도 충실히 갖췄다.
르노 캡처는 TCe 스펙 상 최고 출력 152ps, 최대 토크 26.0㎏·m인데 스펙 이상으로 주행 성능이 뛰어났다. 서스펜션이 흔들림을 잘 잡아주고 핸들과 차량의 움직임이 잘 조화돼 매우 민첩하게 움직인다.
남성에게는 너무 얌전한 디자인이 흠이라면 흠이지만 반대로 여성들을 위한 차량이라는 장점을 지닌다. 르노삼성의 차량 중 XM3는 남성에게, 르노 캡처는 여성에게 타깃을 맞춘 듯 보인다. 2000만원대 소형 SUV 중에서 여심을 가장 잘 읽은 차량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