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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e Feb 12. 2020

제네시스의 막내, 고성능 차량 G70 시승기

제네시스 G70 비교 대상으로 BMW 3시리즈가 자주 언급된다. 3시리즈는 스포츠세단의 교과서, 후륜구동 세단의 대명사 등 온갖 수식어가 붙는 독일 고급 모델 중 하나다. 이쯤 되면 현대자동차의 발전 속도가 꽤 놀랍다. 후발주자로 시작이 한참 늦었지만 어느덧 3시리즈와 함께 이름이 거론되는 차를 만들어낸 것이다.





G70와 3시리즈 중 어떤 모델을 선택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해볼 만하다. 물론 현대차가 일대일로 맞붙어 역사와 전통을 지닌 독일 후륜구동 세단의 아성을 완전히 뛰어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제네시스 G70를 통해 보여준 현대차의 발전은 극명하다. G70는 주행감각이나 성능, 디자인, 안전·편의사양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기존 현대차와는 완전히 다르다.





시승차는 3.3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 탑재된 가장 높은 트림에 사륜구동 시스템과 선루프 등 모든 선택 사양이 더해진 ‘풀옵션’ 모델이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흥미롭다. 크기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이 G70의 작은 체구에는 유독 관대한 느낌이다. 중형 세단보다 작은 국산차가 5000만 원을 호가하는 것인데 사람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너그럽다.





외관의 경우 경쟁모델을 의식했지만 독창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다른 후륜구동 세단들과 비슷한 실루엣에 새로운 세부 디자인 요소를 곳곳에 추가해 특유의 이미지를 완성했다. 전체적으로는 BMW나 벤츠보다 진보적인 디자인을 갖췄다.





다만 현대차 그늘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육각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 위치가 유독 거슬린다. 공격적인 범퍼와 날카로운 직선 디자인, 화려한 크롬 장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얼굴을 잔뜩 찌푸린 아반떼가 떠오른다. 물론 아반떼도 못생긴 차는 아니다. 하지만 명색이 고급 브랜드 세단인데 다른 모델도 아니고 대중적인 준중형 세단과 닮았다는 사실은 오너 입장에선 불쾌할 수도 있겠다.





후면 디자인은 BMW M2가 연상되는데 볼륨감이 더욱 강조돼 한층 스포티한 비율을 갖췄다. 테일램프 구성을 비롯해 리어 디퓨저와 동그란 배기파이프 등 세부 디자인 완성도도 만족스럽다. 특히 C필러에 보일 듯 말 듯 적용된 두 줄의 캐릭터 라인이 인상적이다. 다른 건 몰라도 현대차의 철판 금형 다루는 솜씨는 이제 경지에 다다른 느낌이다. 이런 소소한 부분에서 느껴지는 꼼꼼함은 소비자의 마음을 생각보다 크게 사로잡는다. 전면 펜더에 더해진 가짜 에어밴트 장식은 신선하다. 19인치 멀티 스포크 타입 알로이 휠과 함께 옆모습을 한층 역동적으로 만들어주는 요소다.





실내 구성은 완전히 새롭다. 지금까지의 제네시스나 현대차에서 볼 수 없었던 구성이다. 센터페시아 테두리 라인은 오히려 기아차 1세대 K5가 떠오른다. 1세대 K5 디자인은 당시 기아차 디자인총괄을 맡았던 피터 슈라이어가 이끌었다.





실내 소재 등은 확실히 고급스럽다. 신체가 닿는 곳은 대부분 가죽으로 마감됐다. 부드러우면서 탄탄한 질감이 꽤 괜찮다. 각종 버튼은 큼직하게 만들어져 사용이 편리하고 새로운 구성의 공조기 조작 버튼도 이해가 쉽다. 3 스포크 디자인이 적용된 스티어링 휠은 적당히 작아 스포티하며 여성 운전자들에게도 적합한 크기다. 가죽 질감과 잡는 느낌도 우수하다. 전자식 기어노브는 스팅어에도 장착됐는데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G70에 더욱 잘 어울린다.





나파 가죽 시트는 촉감이 부드럽고 쿠션도 단단하다. 앉았을 때 몸을 꼭 감싸줘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운전석 시트에는 비밀 기능도 있다. 스포츠모드를 활성화 시키면 시트의 좌우 쏠림을 잡아주는 부분이 운전자의 몸을 ‘꽉’ 움켜쥔다. 고속주행에 앞서 자세에 안정감을 부여하고 심리적으로는 차에 대한 믿음을 심어준다. 키와 몸무게를 입력하면 체형에 맞는 시트 위치를 잡아준다. 하지만 운전 습관이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라 모든 운전자를 만족시키지는 못한다. 단순히 참고용으로 활용하는 것이 적합하다.





G70 스포츠의 성능은 강력하다.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웬만한 수입 고성능 모델에 버금가는 동력성능이다. G80 스포츠와 스팅어에도 동일한 파워트레인이 적용됐지만 G70이 덩치가 작아 성능에 유리하다. 이는 기록으로도 알 수 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에 걸리는 시간이 4.7초로 국산차 중 가장 빠르다. 수입차로는 벤츠 C43 AMG와 동일한 수준이다.





고속주행 성능은 놀랍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순식간에 속도계가 올라간다. 변속기 반응도 빠릿빠릿하다. 서행할 때와는 다른 면모다. 느린 속도에서는 차분하고 묵직하지만 고속에서는 오른발에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매섭게 치고나간다. 무엇보다도 주행안정감이 기대 이상이다. 고속주행에서 흔들림 없는 움직임을 보여줘 운전 조작이 쉽다. 체감 속도보다 계기반 표시 속도가 높아 황급히 브레이크로 발을 옮긴 적이 종종 있었다. 그 정도로 고속 안정감과 정숙성이 우수하다.


G70을 시승하면서 현대차의 발전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그 정도로 완성도가 기대 이상이었다. ‘이 정도면 굳이 수입차를 살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런 생각은 실적으로도 가시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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