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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줌 Oct 10. 2021

아이의 행복

아이들은 쓰는 돈의 액수만큼 행복한가요?

“엄마. 우리 어디 가요? ”

“어~ 비밀이야. 진짜 재미있는 곳 갈 거야 ”

문을 여는 순간 아이들은 웃으면서 뛰어 들어갔다. 거북이와 고양이가 놀고 있었다. 동물 키즈 카페에 온 것이다.

나는 애완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집에서 키울 수 없으니 이런 곳에라도 와서 아이들이 동물들과 교감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 굳이 다니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오게 되는 것 같다. 동물원이나 수족관이나.

강아지 코가 무서운 엄마는 강아지가 좋아서 비비적거리는 데도 무서워서 벌벌 떤다.  너무 귀여워서 1m 거리에서 쳐다보는 나와 반대로 아이들은 예쁘다며 연신 쓰다듬는다.

어릴 적 강아지를 안 키워 본 것도 아니고 물린 적도 없는데 그렇게 무섭다. 아기 돼지도 빨간 리본을 하고 밥 달라고 연신 코를 들이밀었다. 입이 엉덩이쯤이나 몸통 저 뒤에 달렸다면 예쁘다고 얼굴도 쓰다듬고 등도 쓰다듬어 주고 싶은데 동물들의 코와 입 사이의 거리는 얼마인가? 킁킁대며 내 몸 가까이 와있다가 입만 벌리면 내 몸이 물려버릴 것만 같다.

거기다가 사장님은 돼지가 물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주의도 주셨다. 예방차원에서 하신 말이겠지만 신경이 곤두서 있다.

앉아서 커피나 마시며 여유롭고 싶지만 혹시나 아이들이 다치지는 않을까 지켜봐야 했고 또 목구멍에 뭔가를 넘긴다는 게 편한 곳은 아니었다.

 이 사람. 저 사람. 장갑을 낀 손으로 연신 동물들을 만졌다.

그리고 그 손으로 동물들에게 먹이를 줬다.

아이들은 어느 정도 놀았는지 앞에 보이는 스낵코너에서 먹을 것을 외친다. 나가서 먹자고 달래 봐도 소용이 없다.

아이는 “엄마. 오늘 하루 종일 좋은 일이 하나도 없네요”한다. 두 아이를 데리고 이곳까지 왔을 때 거리, 돈, 시간, 그리고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할까 하는 기대감. 돈을 지불할 때 내가 듣고 싶은 것과는 거리가 먼 소리였다.


원하는 아이스크림을 못 먹어 아이는 행복을 빼앗겼다. 아이스크림 가격이 700원이니 내가 이곳에서 투자한 돈과 100배 차이라 그 돈만큼 더 씁쓸해졌다.

결국 아이의 한마디에 무너진 나는 원하는 것을 사줬다.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두 손으로 꼭 감싸 쥐고는 얼마나 좋은지 투스텝으로 뛰어갔다.     





어느 때는 공원을 간 적이 있었다. 초록색 언덕에 네 잎 클로버가 천지로 뒤덮인 곳이었다. 아이는 네 잎 클로버 찾기에 정신이 없었다. 아빠가 찾은 네 잎 클로버를 준다는데도 계속해서 찾겠다고 안간힘이다.

그만 집에 가자고 했더니 아이는 더 하고 싶은 이유를 말한다. “엄마, 네 잎 클로버를 찾아서 소원을 빌어야 해요” 그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비밀이란다.

그 말에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저녁쯤에 자겠다고 누운 아이가 “ 엄마, 소원을 말해줄까요? ”한다.

“그래, 소원이 뭔데?” 했더니 돈을 많이 벌게 해달라고 할 거예요. 그날 밤 또 아이의 말 한마디에 늦은 잠에 들었다.

돈? 왜 돈이 필요하지? 엄마가 장난감이며 먹을 꺼며 모자라지 않게 사는데 이것만으로도 부족하다는 건가?

‘왜 쪼매난 애가 돈. 돈. 거린데..’ 도대체가 이해할 수 없었다. 아이들과 함께 즐기는 것이 나의 돈 버는 이유이다.

나는 아이들 것이라면 아끼지 않고 펑펑 썼다. 그것이 내가 돈 버는 이유였으니까. 그런데 내가 이만큼 노력해도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인가란 생각에 혼란스러운 밤이었다.

다음 날, 아이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왜 돈이 많이 필요한 거야? ” 그랬더니 생뚱맞게도 아이는 “아이스크림을 많이 살 거예요 ” 한다.


고작 그런 이유로 돈이 많이 필요한 거구나.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맘 편하게 사줄 수 없었다. 기관지가 약해서 찬 것만 먹으면 기침을 하고 감기 기운이 있는 탓에 내가 먹고 싶어도 아이를 위해 참아야 했다.     

아이와 나 사이의 행복의 차이는 크다. 그것을 알면서도 내가 원하는 대로 아이가 행복하겠지 하고 키우고 있다.



욕조에 들어가서 두 시간씩 노는 아이들을 위해 물놀이 장난감도 여럿 사줬다. 하나에 3만 원 4만 원씩 하는 장난감은 엄마의 게으름으로 인해 물때가 끼여 몇 달도 안 돼 쓰레기통으로 가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방구를 구경하다가 2000원짜리 물풍선을 우연히 샀는데 아이들은 그 물풍선으로 욕조에서 신나게 놀았다. 워터파크에서 파도라도 쳐서 쓸려 내려가는 듯이. 물 풍선이 ‘퐁’ 하고 욕조로 들어갈 때 눈과 코를 비비며 소리 지르고 환호했다.  물놀이 장난감의 즐거움 그 이상인 듯했다. 그렇게 아이 행복에는 ‘돈’의 가치와 비례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선에서 좋아할 만한 것을 찾아주려고 하지만 어른의 욕심으로 행복보다 돈만 투자하는 경우가 있다.

남편은 큰 맘먹고 내생에 한번 입을까 말까 한 비싼 옷을 사주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나에게 걸쳐서 맞지 않은 옷인데 반가워할 사람이 누가 있으랴.

나에게 딱 어울리는 옷을 입는 것이 행복이다. 사람마다 원하는 것이 다르고 기준이 다르다. 그래서 돈과 행복은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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