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숨기는 사람
글쓰기가 좋아 브런치가 좋다
살짝 변태같이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내가 쓴 글이 나름 재미있게 느껴진다.
당연히 남이 쓴 글을 읽을 때보다 공감이 많이 될 것이고 (내 글이니 100프로 공감 ㅋㅋㅋ)
또 내가 원하는 글을 썼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브런치에 이렇게 글을 발행하지도 못할 테다. 다 자기만족으로 쓰는 글 아니겠는가.
글쓰기가 재미있어 진대에는 이유가 있기도 하다.
내글이 검색사이트 상위에 뜨는 것.
블로그에 쓰는 글들은 이제 어느 정도 인기 있는 주제(핫 한 주제)가 아니고서는 네이버 검색했을 때 상위에 등록되고 있고 브런치는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지만 다음에서 '브런치'를 밀어주고 있는 건지 또 검색에
브런치만의 우선순위로 상위에 띄워주고 있다.
나는 내 마음을 사람들이 읽어봐 주고 들여다봐주는 것이 즐겁다.
이렇게 남들이 보는 것이 즐거운데 왜 좀 더 일찍 글 쓰는 것을 갈고닦지 않았는지 한편으로는 아쉽다.
더 빨리 글 쓰는 재미를 알았다면 그래서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 딛기 전에 내가 좋아하는 일임을 알았다면 내 운명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잘 쓰는 글이 아님을... 글을 써서 남에게 보여줄 만큼 똑똑한 사람이 아님을 알기에 부끄러서 숨겨야 하는데 그런와중에도 글 쓰는 것이 재미있다.
사실.. 글을 잘 쓴다는 것을 어렸을 때 알지는 못했지만 글 쓸 준비는 되어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개학한 날. 선생님께서 숙제를 하나하나 걷으셨는데 방학 숙제 들 중에 일기장을 걷을 때 "안 썼어요."가 아니라 "안 가져왔어요 "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날 집에 가서 새로 산 공책에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일기를 적어서 다음날 제출했을 때 정돈된 글씨체로 하루하루 마지막 줄까지 채워진 일기장 한 장 한 장을 넘겨보시곤 선생님께서 '몰아서 썼지'라는 의심을 받지 않고 도장을 받았을 때 그것이 당연한 듯 내 실력이 자랑스러웠던 것 같다. (무슨 상을 받은 것도 아니고;;;)
나는 일기를 안 썼다고 말했을 때, '거짓말은 했지만 선생님과의 약속은 지켜야 해. 꼭 밤을 새워서라도 일기장을 내야 해.'라는 마음이 아니라 '일기. 그 정도는 하루면 해결할 수 있지'라고 생각한 거 같다. 그렇게 글 쓰는 것은 나에게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내 일기에 누가 10점이나 4점이나 평가하지 않을 것을 알고 어린 나 이게 일기라는 것은 감정을 쓰는 것이라고 간단하게 정의 내려져 있어서 내 감정으로 한 달 정도의 글을 쓰기에는 충분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부터 '글'이라는 게 뭔지 '책을 쓰는 작가'라는 게 뭔지 궁금해하지 않는 나에게 친절하게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 똑바르게 알지는 못했지만 글 쓰는 엉덩이만은 준비되어 있었던 게 아녔을까?
또 어릴 때 가슴 벅차게 감동받은 장소로는 도서관이기도 했다. 누군가와 함께 가지 않으면 혼자서 가지 못하고 즐기지 못했을 뿐 '여기 좋은 것 같아'라고 생각했음에도 자주 드나들지 못한 게 아쉽다. (도서관에 그 많은 책을 읽었다면 지금 이런 내가 아닐 텐데..)
그건 사회에 나와서 다시 한번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건 '서점' 이였다.
놀이동산에 갔을 때와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곳. 하지만 지금 와서 이렇게 정의를 내리지만 어린 초등학생 나도 성인이 된 나에게도 '내가 그 곳을 즐거워했구나'라는 사실은 30살이 넘어 찬찬히 내 삶을 되돌아보고 되짚어 봐서 알게 되었다. 그 만큼 나는 내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였다.
항상 내면을 숨기고 살았던 것 같다. 엄마는 우리 집은 너무 즐거우면 안 된다는 말을 하셨다.
4남매인 우리 집은 하하호호 웃고 떠들다가 꼭 마지막은 누구 하나 울고 불며 시끄럽게 끝났다. 4남매의 아빠는 애들에게 비행기를 태워주겠다고 소소하게 시작해서 한 놈 두 놈 반복하다가 4명이서 매달리고 뛰고 설치다가 꼭 한놈은 벽에 머리를 부딪혀서 시끄럽게 만드는걸 엄마는 뒤에서 그렇게 표현하셨다.
그리고 중학교에 가서는 나는 매일매일이 즐겁지 않고 웃고 슬프고의 연속인데 남에게 싫은 내 마음을 들키지 않았으면 해서 내가 집에서 기분 나쁜 상황을 친구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 나는 즐거운 나와 아무렇지 않은 나 두 가지뿐이더라. (당연히 친구들과의 좋은 일과 싫은 일은 표현을 잘하고 말도 잘했지만 가정에서의 일들에 대한 표현은 안 했다. 언니와 싸우는 것을 말한 것조차 너희 자매 사이가 안 좋구나 흉이 될 것 같아서... 다들 싸우는데 그게 뭐라고..) 아무렇지 않은 나는 슬프거나 평범한 날이었을 것이고 즐거운 나는 부모께 선물을 받거나 여행을 가거나 칭찬을 받거나 무엇인가 행복할 터인데 즐거운 순간마저도 친구들에게 표현하지 못했다.
내가 오늘 웃으면 쟤는 일주일 중에 하루만 즐거운 일이 있나 봐? 일주일에 4번은 즐거운 일이 있나 봐? 친구들에게 카운터 당할 것 같았다. 세어보고 ' 어머, 나는 일주일에 5번 행복하니 쟤보다 내가 행복한 사람이다. 쟤는 불행한 사람이다' 정의되는 것이 무서웠다. 그렇게 아이들이 나를 모두 파악해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사춘기의 철없는 생각이지... 사람들은 타인의 즐거움, 슬픔 따위에 대부분 관심이 없다. ㅎㅎㅎ )
그렇게 감정 숨김은 습관이 되었다.
고등학교까지 그렇게 좋은 일도 그렇게 좋아하지 않고 슬픈 일도 그렇게 슬퍼하지 않는 파동이 적은 감정 상태로 지내왔던 터라 친구들은 나에게 사투리로 '낭창하다'라고 표현했다. 나는 낭창하다는 말이 기분 나쁘지 않고 좋아서 그런 태도를 유지한 것 같다. (공주들은 얼마나 도도하고 낭창한가.. 착각 속에 빠졌지...)
그렇게 생각이 많고 할 말 많은 내가 감춰지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그렇게 커오면서 끄적거린 글들은 언제나처럼 폐휴지로 분리수거되어버렸는데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한 후로 조금은 내 감정을 내뿜어 내는것을 남길수 있는 수단이 생겼다.
하지만 블로그는 내가 누구인지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어느 지역 사람인지 알아내려면 알아낼 수 있지 않은가?
거기다 내가 사업자라서 내 감정 그대로 어떤 무언가를 말하고 비판했다가는 보는 사람들에게 해코지를 당할 것 같다. '이 사람 이런 사람이구나 ' 마음 맞지 않을 땐 비아냥을 들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 솔직한 마음은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데 브런치는 내 감정을 아주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으니 이 어찌, 좋지 아니할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 필요 없이 오롯이 글만을 바라봐주는 브런치가 감사하고 또 글을 쓸 수 있는 오늘이 즐겁다.
(내 마음 온전히 100프로 남길 수 있는 곳은 타인도 가족도 아니다. 내가 의지해서 말한 말도 언젠간 나에게 약점이 되어 돌아오고 즐거움에 들떠 한말은 자랑이라 치부해 버린다. 내 감정은 오늘도 감추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