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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줌 Nov 17. 2021

나의 베스트 프렌드에게


소중한 나의 베스트 프렌~ 안녕.

이 글이 왠지 쑥스러워 너한테 언제쯤 전달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늘 문뜩 눈을 뜨고 너에 대한 생각을 했어.


다른 사람들은 '애들 때문에 안될 것 같아.'

'저녁시간에는 조금 그래 '라는 말로 거절할 때도 있지만

너는 한결같이 나에게 '좋아!'라며 내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지.


그래서 너와 요가도 하고 영화도 보고 우리 둘만에 추억이 더 많아진 것 같아. 요가를 하러 갈 때면 모든 시선이 너에게 집중되는 것이 조금 우습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해.

쫑알쫑알 운동 중에 말을 걸어올 때면 부담스러웠는데 너는 언젠가부터 눈치를 챘는지 운동에만 집중하더라.



사실은 친하다는 이유로 너에게 악마처럼 굴었다가 또 착한 척하는 나를 보면 네가 어떤 마음일까 불안해.

어느 날은 너에게 사랑테스트를 하고 싶었는지 앞에 보이는 종이에 가장 좋아하는 것을 적어보라고 하면서 그 짧은 찰나도 기다리지 못하고는 "날 적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내심 기대하며 말했는데 넌 벌써 다 적었더라.


앞 글자가 '고'...라고  너는 순간 1초도 '나'를 생각하지 않고 고양이를 적었지.

어떻게 하면 너에게 잘해줄 수 있을지 항상 생각하면서도 내가 싫어하는 행동. 느리게 움직이기를 시연할 때면 재빠른지 않은 네가 답답해 보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 앞에서 부끄럼쟁이로 있는 네 모습을 볼 때면 내 앞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달라서 의아하기도 해. 네가 다른 사람에게 사랑만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욕심이더라.

어떻게 모든 사람이 널 사랑할 수 있겠니? 다른 사람과 상관없이 너의 하루하루가 행복하면 되는 일인데 말이야. 난 그렇게 욕심이 많고 널 위험하지 않게 가두려고만 했나 봐.

며칠 전에 읽은 '착하게 단호하게'라는 책을 읽었는데 거기서 그런 말을 하더라.


정말 사랑한다면 스스로 겪고, 느끼고, 고생하고, 눈물 흘리도록 두어라.

정말 사랑한다면 상대의 선택을 존중해 주고 스스로 원하는 방식에 따라 살게 해주어야 한다. 설령 고생길을 선택한대도  그 역시 상대의 권리임을 인정해주는 것이 사랑이다.



네가 힘들까 봐, 내가 항상 방패 막이가 되어 주려고 생각한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어. 네가 혼자서도 잘해 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부정한 거나 다름없네.


항상 난 네 곁에서 너에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 사실은 거짓말인지도 몰라. 네가 원하는 것보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할 때, 그리고 너에게 내 맘대로 행동할 때가 난 좋거든.

항상 이런 고집스럽고 자기만 아는 친구인데도 넌 항상 싫은 소리 한번 안 하는 것 같아.


어느 때는 내가 주문시킨 반찬으로 한상 가득 밥상을 차리니 엄지손가락을 척들며 진짜 맛있다고 말했지. "이거 내가 한 거 아니야 주문시킨 거야"라고 말했을 때도 머뭇거리지 않고 이렇게 차린 건 잘한 거라고 잘했다고 말해줬어. 이렇게 부족한 것이 많은 엄마의 베스트 프렌가 되어 줘서 고마워.

네가 커서도 엄마 팔짱 끼고 좋은 거 먹고 좋은 거 먹으러 다니자. 친구가 더 좋은 나이가 되면 섭섭하긴겠지만 이기적인 엄마의 행복보다 너의 행복을 우선으로 응원할게.


고마워. 승연아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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