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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줌 Nov 28. 2021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마흔 살이 가까워와서야 내 성향을 알다


항상 내 마음속에 '귀찮다'라는 단어를 달고 다녔다.

'귀찮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때 나는 항상 이불을 감싸고 있었거나 티브이 앞에 죽치고 앉아서 여유를 즐기고 있었기 때문에 '귀찮다'라는 단어는 나에게 편안한 휴식 같은 단어이다. 포근한 이불이 먼저 상상되니 말이다.


귀찮다는 마음을 너무 많이, 너무 자주, 너무 오랫동안 품고 있어서 나는 분명 게으른 사람이다.

여행을 갈 때도 관광보다 휴양을 선택했고 끼니때가 되면 밥을 차리기보다 배달앱을 먼저 찾게 됐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바깥에서 다를까. 친정에 가면 물 만난  고기처럼 엄마가 차려주는 밥에 숟가락만 얹는다.

그렇게 오랜 시간 게으른 사람이라고 생각한 나의 이면에 또 다른 모습이 있다.


육아와 일을 함께 하는 엄마인 나. 일할 때만큼은 잡생각이 들새도 없이 일에 열중한다. 잠시 집중력을 잃으면 실수가 더해져서 무거운 책임이 뒤따른다. 그렇게 7년을 일했는데 두 아이를 출산하는 과정에서도 일을 손에 놓은 적이 없다.

일하고 들어와서 쉬는 틈 사이 나는 내 체력을 다 써버려 분명 뭣하나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



7년 동안 아침마다 출퇴근하고 매일 같이 블로그 포스팅해 온 사람이 게으른 사람이 맞냐며 나를 되돌아본다.

내가 여태 쌓아온 7년의 사회생활은 게으른 사람이라면 절대 못했을게 분명하다. 나는 게으른 사람이 아닌데 내 머리는 게을러. 게을러서 오랜만에 간 친정에서 밥 먹고 설거지도 안 하는 철부지 딸이라고 자책하고 있다. 그걸 지켜보는 엄마는 "설거지 그거 안 해도 돼. 나는 밥 먹고 바로 설거지 안 한다. 밥 먹었으니 커피 한잔 하자." 하시고는 어느 순간 보면 본인이 고무장갑을 끼고 하고 계신다.

육아와 살림의 챗바퀴에서 쉼 없이 달리는 딸의 고단함을 친정 엄마는 그렇게 달래주셨나 보다.


계획적인 사람이라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여행 갈 때조차 분명 계획을 짜는 일이 없었는데 하고 되돌아보면 20대의 내가 여행을 가봐야 몇 번 가봤다고... 일 년에 한두 번 그냥 그렇게 들떠서 갔고 30대가 넘어 어느 정도 여행 횟수가 늘어났을 때 그제야. '그래 전에 갔을 때 숙소에 맥주며 간식이 무료 제공이 아니라 유료였지' 이왕이면 준비해서 가자.

놀러 가서 주변 관광지를 사전 조사해 놓지 않으면 당일에 오픈일이 아니거나 인원 제한으로 못 들어가는 불상사가 생긴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됐다. 그렇게 여행 계획은 경험을 통해 차츰 더 꼼꼼해져 갔다.

'나'라는 사람의 성향이 하루아침에 바뀌어버린 건 아니고 경험과 환경의 변화에 따라 진짜 내 모습을 찾아가는 듯하다.  옛말에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라고 하면서 사람은 고쳐 쓰는 것도 아니라고들 한다.


헌데 그 와중에 어떤 큰 사건을 겪고 그 사람이 변했다면 익숙하게 늘 그런 패턴으로 살아오다 그제야 본래의 제 모습을 찾게 되는 건 아닐까?

학창 시절 친구들이 다 같이 뭔가 사 먹는데 매번 빌붙어 먹던 짠돌이가 늙어 죽을 때까지 짠돌이로 살 줄 알았는데 돈 좀벌 더니 주변에 후하게 베푼다거나 옷을 더럽게 못 입어서 패션 테러리스트던 친구가 다시 만났을 때 누구보다 옷을 잘 입는 사람이 되었다거나. 그런 의미에서 '사람 바뀌지 않는다'라는 말은 서른 중반 이후부터 인 것 같다.

젊은 20대, 어린 사람들은 본인의 모습을 알아가는 과정이라 사랑의 태도이든, 소비 지출 방식이든 충분히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꼭 가져볼 필요가 있다. 서른 중반 이후는 다들 본모습을 모두 찾았을 것 같지만 나를 알아내는 시간이 빠진다면 50살이 되든 60이 되어도 본모습을 찾을 수 없을지 모른다.



#너를찾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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