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회사 다니는 동안 내가 느낀 건 '우와, 남자들 불쌍해. 회사 가기 싫어도 매일 아침 출근해서 정년까지 다닌다면..'
그것은 좋아서 다니는 것이 아니라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으로써의 삶의 무게가 팍 와닿았다.
남편은 지금까지 회사 이야기를 아내인 내게 하지 않는다. 회사원이라면 당연히 나올법한 회사 다니기 힘듦이나 상사의 욕을 나에게 했을 때 돌아오는 답변이 위로나 힘이 아니라 '그만둬'라는 대답이었기에 신혼 때 한번 말하고는 더 이상 내게 회사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남편은 내게 '말해봤자다'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듣기 싫어서 차단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회사생활로 내가 겪은 스트레스가 와닿아 '그만둬. 스트레스받지 말고'라는 뜻이지만 쉽게 그만뒀다가 또 앞날을 걱정 할빠엔 남편은 회사를 선택한 성실한 사람이다.
진짜 그만두고 집에서 논다면 아내가 얼마나 욕할지도 오랜 시간 겪어봐서 나를 간파했을지도 (집에서 누워서 뒹굴거리는 거 꼴 보기 싫네. 좀 더 생산적인 걸 할 수는 없어? 분명 회사에서도 그만큼 잔소리를 안 할 테니 남편의 선택은 옳다)
하지만 진심으로 싫은 것을 시키는 것이 싫은 나는 그 가장의 무게를 함께하고 싶다. 다행히 나는 지각해서 눈치 보는 삶을 포기하고 자영업을 시작해서 꽤나 만족한 수입을 벌어드리니 나 또한 빈말이 아니라 진심이다.
(사람의 양면성은 어찌 그런지..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다의 저자 말처럼 그리고 인간관계는 싫지만 외롭다는 말과 같이 나도 남편이 회사 그만두는 건 용납해도 집에서 빈둥거리는 꼴은 보기 싫은 마음)
열심히 일해서 보탬이 되는 삶을 위해 '같이 행복하자. 다 같이 잘 살자'를 목표 삼으며 달려왔지만 어찌 그런지,
내 목표를 지킬 수는 없었다. 열심히 달려와서 나는 잘살고 있는데 주변은 그렇지 않을 때,
주변이 나보다 못 산다는 것이 아니라 조금만 하면 좀 더 풍요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은데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을 보며 생활비가 부족하면 일을 해보는 건 어떠냐는 질문에 경력이 단절되었다. 알바는 어때? 내가 무슨 학교, 무슨 과를 전공한 사람이다. 애들 하원 시간이 안 맞다.블로그로 소소하게나마 벌어보는 건 어때? 주식을 공부해 보는 건 어때? 위험해서 안된다.
온갖 핑계들을 늘어놓는다. 나는 단지 같이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고 무엇을 같이 하자는 말에 '생활비가 문제다 ' 로 일관하는 사람들을 보며 미안하지만 보기만 해도 답답해.
여자들이 능력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썩여있는 재능이 아깝다. 티비에서 송은이씨가 기획사를 차리고 셀럽파이브 활동을 했을때도 여자배구가 인기몰이할 때도 김연경이라는 사람, 배구선수, 유명한 개그우먼의 광팬이기보다 여자들이 활동해서 보여주는 사회 활약에 열광했던것 같다. 댄스에 댄자도 모르는 몸치인 나를 매주 티비앞에서 본방사수 하게 만든것도 스우파 멤버, 여자들의 영향력에 반한것도 없지 않다.
또, 아끼기만 해서는 안된다. 어떤 곳에서 수익이 일어나야 한다. 청년실업이 문제이고 바이러스로 출퇴근도 힘든 점을 감안해서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한다는 게 힘든 것도 안다.
그렇다면 준비는...? 당신은 준비된 인재인가?
내가 이런 답답함을 주변에 토로할 때 돌아오는 대답은 "네가 그렇게 잘났어?"와 " 야~ 우리 그냥 같이 놀자. 일하지 마"
"아니 아니~ 같이 일하자고"
내 돈으로 먹고 써야지. 남편 월급으로 소비하면 눈치 보인다는 말 하지 말고 그냥 벌어 쓰면 안되나? 여자들이 얼마나 똑똑한데 당신의 실력을 발휘해봐. 우리 남자들이 못하는 멀티태스킹이 된다 아니가?(남녀차별 아님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