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더 성숙해진 딸과 이제는 고집부린다고 다 뜻대로 되는 게 아닌 걸 알게 된 동생이지만 고작 8개월전만 해도 달랐다
21년 봄, 그때의 이야기
주먹이 오가는 건 아니지만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내가 맞아.' , ' 아니야. 내가 맞아' 말다툼이 시작된다.
3살 터울 두 아이는 누가 말이 맞는지가 그렇게나 중요한가 보다! 말귀가 통하는 첫째에게 동생이랑 말씨름하지 말라고 타이르고 "누가 맞는지 누구 것인지는 아무것도 필요 없다" 말해주었지만 매일 같이 반복된다.
그 말소리에 나는 앞뒤 정황도 살펴보지 않고 항상 그래 왔듯이 ' 그만해'를 외친다. 무조건 우기다가 안되면 울어버리는 고집불통 동생이라 누나가 양보해 버리면 조용했다.
"그만해,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
나는 항상 중간에서첫째에게 그만하라고 하고 싸움을 중재하는 역할이었는데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반복되는 말씨름에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의 승자는 첫째다.
둘째는 징징거리며 내 품에 안기고 나는 '아! 관여를 했어야 했나' 한숨이 나왔다. 오늘은 무엇 때문에 말씨름했는고 둘째에게 물으니 누나가 색칠 종이를 주지 않는 단다. 많고 많은 색칠 공부를 누나는 왜 독차지하고 있을까..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 희한하게도 꼭 둘째는 첫째가 가지고 있는 색칠 종이를 원한다.
' 다 똑같이 생긴 종이가 한둘이 아닌데 왜 누나 것이어야 하는지! 누나는 주고 다른 것을 하면 되는데 왜! 처음 선택한 그 종이 여야 하는지!'
엄마가 싸움을 중재하지 않으면 속상한 한 명은 툴툴거리며 울고 한 명은 승리의 기쁨이라도 맛보는지 조용하다.
'내가 가만히 있으면 이런 결론이 나는구나.'
눈썹이 올라갈 때로 올라가서 내 마음은 신경이 곤두서 있다.
그때 조용하던 첫째가 나에게 쪽지를 가지고 온다.
이제야 한글을 적기 시작하는 7살. 아이의 쪽지를 펴보지 않아도 무슨 내용이 있을지 다 알겠다.
' 엄마 미안해요. 엄마 사랑해요' 하고 분홍색 하트가 5~6개쯤 있을 것 같다.
누나가 조금 양보했음 하는 엄마는 조용히 넘어가지 못한 이 상황이 조금 밉다.
이걸 받아야 되나 말아야 되나? 순간 고민했다. '그래~ 미안하다고 하면 받아주어야지. ' 체념하고 손을 내민 내손에 쪽지 겉에는 동생 이름이 적혀있다.
'응. 뭐지. 엄마가 아니라 동생 이름이네.'
" 동생에게 줘야 하는 거 아니야? 왜 엄마 줘?"
"동생은 한글 못 읽잖아요. 엄마가 읽어주세요."
쪽지에 내용은 이렇다.
"집은 승호가 색칠해"
"승호에게 승호야 미안해. 승호야 사랑해"
첫째는 같이 색칠하면서 본인의 영역에 침범되는 것은 싫지만 뚝 짤 라 동생의 범위를 남겨 놓았다.
나는 둘째에게 한 글자 한 글자 누나의 사랑이 느껴지도록 읽어주었다.
둘째는 누나에게 달려가 "나도 미안해" 하고 말하고 안아주었다. 그리고 애교 많은 둘째는 엄마에게 자랑이라도 하듯 "엄마, 누나가 괜찮대" 하고 껑충껑충 뛴다.
둘이서 하나 가지고 투닥거릴 때 "같이해~ 같이하면 되지"라고 말하지만 딸아이는 자신의 그림을 방해할 때 싫어했다.
같이 하라고 말할 때마다 첫째는 " 엄마 동생은 선 밖으로 튀어 나가잖아요. 저는 예쁘게 그리고 싶어요"
라고 말하고 나도 그 말에 수긍해서 동생에게 새로운 종이와 스케치북을 주지만 그것도 잠시, 누나가 누나만의 작품에 몰입할 때 그리고 그것이 더 좋아 보인다고 판단되는지 꼭 한차례 회방을 놓는다.
그럴 때마다 첫째의 그러지 말라는 신경질 적인 말투에
"괜찮아. 상 받는 것도 아닌데 이럼 어떻고 저럼 어떻니?"라고 말했는데 나는 아이의 그림을 너무 과소평가했나 보다. 이건 누나가 공들여 그린 그림이라 설명하고 망치지 말라고 동생에게 타일러야 했겠지..
나의 성향은 대충대충 '아무렇게나'란 생각이 대부분 깔려있는데 그 성격은 중학교 때 자격증 2개쯤 따고서 만들어진 것 같다.
70프로만 맞으면 합격하는 그 선에만 부합하면 100점이든 70점이든 똑같은 합격이라 그 데드라인만 지키는 삶을 살아왔다. 100점 맞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전혀 필요 없어. 반대로 아이는 완벽주의적인 성향인 듯하다.
시끄러운 결말이 나지 않도록 작은 일에도 'stop'을 외치는 나였지만 앞으로는 좀 더 참고 기다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