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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줌 Mar 02. 2022

1억의 가치

돈의 가치

이번 일로 알게 된 1억이란 돈의 가치에 대해서

 '1억 사기당함'이라는 사건은 온 갖가지의 감정들과 생각들이 동시에 왔다 갔다 하는 경험이다.


나에게 1억이란 :  1년 동안 모을 목표금액이었고 아버님이 신혼집 장만하라고 주신 금액이었고 또 '1억짜리 상가를 사면 월세로 35만 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로 정의 내려진다.

간단하게 벌써 잃은 돈을 아까워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닌지라 사기당해 내가 가지고 있던 상가 1억짜리를 처분 함으로써 평생 받을 수 있는 월 35만 원을 잃어버린 것.

다시 긍정 회로를 돌리자면 35만 원쯤 다른 수단으로 벌어드리면 되는 것.


시어머니에게 1억이란 : 20년 동안 남편이 다닌 직장의  퇴직금으로 받은 돈, 하나뿐인 아들이 결혼할 때 집 얻으라고 준 돈.


남편에게 1억이란 : 급쟁이로 2~3년 동안 안 쓰고 모아야 벌 수 있는 돈. 안 쓰고 모을 수는 없기 때문에 쓰면서 월 100만 원씩 모으면 100개월. 4년 2개월 동안 모아야 되는 돈.


사람마다 돈의 가치가 다른 만큼 그 돈이 없어졌을 때 취하는 행동도 달랐다. 시어머니는 20년이라는 세월에 아버님의 노고가 생각나시는지 누구보다 속상해하셨다. 남편 또한 본인의 잘못이 속상한 건지 하루 정도는 슬퍼하는 듯했다.

내가 빠르게 "그놈을 잡아야 해."라든가 " 돈을 꼭 찾도록 하자"라는 길고 긴 터널을 선택하지 않고  '가지고 있던 상가' 처분이라는 결정을 내리는 순간 그 슬픔은 사라진 것 같다. 적어도 어제까지만 해도 회사와 경찰서를 뛰어다니며 하루 3끼 다 굶은 듯 처량한 모습을 증명하듯 배에서 꼬르륵꼬르륵 소리가 내귀로 정확하게 들리는데 식사 안 함을 선택하더니 오늘은 어쩐 일로 제 손으로 라면을 끓여먹고 속편 한 듯 코 골며 잠도 잘잔다.


'뭐지. 이 짧디 짧은 죄책감은?'


어제는 아이들한테 "아빠, 돈 잃어버렸대" 아이들에게 아빠가 왜 저렇게 불쌍한 표정을 짓고 있는지 사정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각자 동전 찰랑찰랑 한 저금통을 들고 큰아이는 아빠에게 줄 '아빠, 사랑해요, 아빠, 힘내세요'라는 종이까지 들고 아빠에게 가서 안긴다. 아이들에게 힘을 받았는지 안고 물고 빨고 정답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이고, 지랄도...'



생각 같아서는 좀 더 괴로워하라고 골려주고 싶다가도 그냥 두기를 선택한다. 나라면 부끄러워서라도 '사기당했어'라는 말은 못 내뱉을 것 같은데 어쩐 일로 본인으로써는 큰 충격을 받았는지 근무하다가 말고 '사기당해 경찰서 가야 한다'라고 당돌하게 내뱉은 남편이다.

평소에도 남의 험담을 그렇게 해되는 상무라 더니 그런 상무에게 말했으니 이제 온 회사 직원들이 '괜찮냐? 어떻게 된 거냐' 돌아가면서 물어올게 눈에 선하다.

 

그래.  본인이 잘못했으니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정말 내가 아니라도 '뭐,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했냐'라고 비웃을 사람들이 득실득실거릴 회사를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못내 안타깝다.



추신)  다음날, 웃음거리가 됐을거라는 내 예상과 다르게 회사 이사님이 전화와서 무슨일 있으면 다 말하라고 회사가 도울수 있는건 도울꺼라고 응원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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