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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설가 김서령 Jan 02. 2022

[너는 나의 우주] ep.7_나는야 트렌드세터



사실 마흔둘, 아기를 갖기에는 턱없이 늦은 나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나에게 아기가 올 것이라는 생각은 한 적도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나는 배불뚝이 아줌마가 되어 우유를 사러,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러, 아파트 단지를 종종거리며 걷는다. 


전에 살던 산골마을과는 달리 여기는 아파트 주민들끼리 인사도 하고 처음 보는 꼬마들도 등에 가방 멘 채 꾸벅 인사를 한다. 아파트 앞 슈퍼마켓에 들렀다가 어느 아줌마는 "아이고, 딱 딸배네." 그랬고 또 어느 할머니는 내 등 뒤에서 "저 애기엄마, 모가지에 저게 뭐고?" 그랬다. (나는 오늘 머리를 단발로 싹둑 잘라서 목에 나비 타투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마흔둘에 임신이라니, 어쩌려고 그래?”


그렇게 말한 사람들도 많았지만, 사실 내 주변만 보자면 40대 임신이 요즘 트렌드인가 싶을 정도다.

나와 가장 가까운 친구 중 하나인 M은 쌍둥이를 낳았다. 내 결혼식 다음날이었다. 미니웅은 양띠 아가가 될 예정인데, M의 쌍둥이도 양띠다. 동갑내기 친구 예약이다. 시나리오 작가 N도 마흔 살인데 양띠 아가를 낳았다. 가수이자 동갑내기 친구 J도 나와 예정일이 일주일 차이다. 동갑내기 친구 E도 예정일이 나와 거의 비슷하고, 나보다 세 살이나 많은 언니 S도 예정일이 나와 고작 나흘 차이다. 게다가 나와 똑같이 혼전사고 출신이다! 


조리원 예약을 하러 갔다가 그곳 산모들의 출생년도가 모조리 80년대 후반, 90년생까지 있는 걸 보고 괜스레 주눅이 들었는데 이쯤 되면 뭐, 내가 트렌드세터가 아닌가 싶고.      


어젯밤엔 화장실에 가느라 밤에 세 번이나 일어났고, 아침이면 다리가 아파 깨고 잇몸에선 늘 빨간 피가 줄줄 나지만, 또 앉았다 일어설 때마다 끙차 소리가 절로 날 만큼 둔해지고 걸음걸이도 이제 뒤뚱뒤뚱이지만 그래도 나는 이 시기를 잘 지나는 중이다. 전화통을 붙잡고 엄마에게 어디가 아프고 어디가 어떻고 이러쿵저러쿵 떠드니 엄마는 한마디로 정리를 해버린다. 


“아무리 희한한 애가 나와도 니 같기야 하겠나.” 


엄마를 닮든 아빠를 닮든 미니웅은 외모 면으로 보자면 이번 생은 틀렸고, 그냥 성격이나 좋은 아기로 자랐으면 좋겠다. 올해 태어났고, 또 태어날 양띠 아가들 모두 양처럼 복슬복슬 귀엽고 순하고 다정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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