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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설가 김서령 Jan 02. 2022

[너는 나의 우주] ep.10_크림빵



크림빵을 사러 나갔다. 

우리 동네엔 아주아주 촌스러운 옛날빵집이 있는데 크림빵을 비롯해 단팥빵 같은 것이 다 오백 원이다. 


내 앞에 선 남자가 크림빵 열다섯 개, 단팥빵 열다섯 개를 샀다. 

크림빵은 한 개도 남지 않았다. 


내가 불쌍한 표정으로 배 내밀고 그 남자를 계속 쳐다보았지만 그는 나를 애써 외면하고 빵 봉지를 들고 나갔다. 서러웠다. 남은 단팥빵 두 개밖에 살 수 없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그동안 있었던 모든 서러웠던 기억을 다 끄집어내며 크림빵을 다 사간 그 남자에게 투영했다. 혼자 씩씩대며 분노하다가 내가 뭐 하고 있는 건가 싶어져서 혼자 낄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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