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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설가 김서령 Jan 03. 2022

[너는 나의 우주] ep.11_미니웅, 여기 안 추워



출산이 가까워져 나는 엄마네 집으로 왔다. 

미니웅을 낳고 한 달 정도는 이곳에서 지낼 생각이다. 


다섯 살 조카의 유치원 하원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갔더니 가방을 메고 호다닥 뛰어나오며 내게 묻는다.      


조카     이모! 오늘도 애기 안 나왔어요? 

나        응. 미니웅 안 나와. 이모 속상해. 

조카     그럼 칼로 배를 잘라서 애기 꺼낼 거예요? 

나        일단 미니웅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고 그 담에 결정하지  뭐. 

조카     난 나오기 싫어서 막 고집부려서 우리 엄마가 칼로 배를  잘라서 꺼냈는데. 

나        왜 나오기 싫었어? 

조카     음, 불편할 거 같아서요. 

나        바깥이? 

조카     네. 바깥은 음, 너무 춥고 불편할 거 같았어요. 그런데 엄마가 억지로 꺼냈어요.      


다섯살 조카는 매일매일 제집에서 장난감을 챙겨와 내게 갖다준다. 미니웅에게 줄 선물이라고 말이다. 곰인형, 토끼인형을 비롯해 터닝메카드, 머리핀과 가방, 열쇠고리까지 이젠 제 침대도 가져가란다. 


요즘 날씨 하나도 안 추운데 미니웅도 추울까 봐 안 나오고 있나. 

미니웅, 여기 안 추워. 덥다니까. 

미니웅 아빠는 바닷가를 걸으며 배부른 내 사진 몇 장을 남겨주었다. 아마 다시 이런 시절은 오지 않겠지. 만삭의 내 다리는 통통하고 다섯살 조카는 마냥 해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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