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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설가 김서령 Jan 03. 2022

[우주는 네 살] ep.32_우주의 말투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우주가 잠들었다. 그 늦잠꾸러기 아기가 아침부터 일어나 씻고 어린이집에 가다 보니 “우주 이제 집에 가서 뭐 할까?” 하는 내 질문에 “빨리 가서 밥 먹고 코 하자.” 그런다. 어린이집에 보내서 좋은 건 밤에 재우고 말고 할 필요도 없이 어느샌가 혼자 곯아떨어진다는 것. 

    

오늘 내가 기록하고자 하는 건,

우주의 새로운 말들이다.     


얜 어디서, 왜, 그런 말을 배운 건진 모르겠지만 요즘 “그런 거군요!”라는 말에 맛을 들였다. 더불어 “그런 거였네요!”도 함께 쓴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러게요.”도 배웠고 “그럼 일단 해보죠.”도 배웠다. 아무리 봐도 네 살이 할 소리는 아닌데.     


우주는 어린이집 적응훈련 중이다. 36개월이 되어서야 처음 보냈으니 늦게 보낸 셈이다. 두 시간씩 어린이집에서 지낸 뒤 돌아오는 일정이다. 오늘은 처음으로 내가 따라 들어간 뒤 15분 만에 “엄마 쉬야하고 올게” 하고선 밖으로 나갔다. 다행히 우주는 울지 않았단다. 두 시간이 지나 우주를 데리러 갔더니 나 없는 동안 영 새초롬했다던 우주의 말문이 터졌다.     


우주     엄마, 어디 갔다 온 거예요? 쉬야 하고 왔어요?

나        응. 엄마 쉬야 하고 왔어.

우주     그랬군요. 우주는 엄마가 커피 마시러 간 줄 알았어요.

나        커피도 마셨어.

우주     커피도 마셨어요?

나        응.

우주     커피도 마셨군요!

나        응.

우주     엄마 혼자서요?

나        응. 엄마 혼자서.

우주     그러면 안 돼요. 혼자 커피를 마시면 위험해요.

나        위험해?

우주     우주랑 같이 가야죠. 혼자 가면 위험해요.

나        알았어. 이제 우주 집에 가야지.

우주     싫은데요.

나        내일 또 어린이집 오면 돼.

우주     내일 오면 돼요?

나        응. 내일.

우주     그럼 일단 집에 가죠.

나        그래.

     

뭐 이런 식이었다.

얼마 전에 멀찍이 서서 전화 통화를 하는 제 아빠를 보더니 심각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우주     엄마. 아빠가 왜 저기서 전화를 해?

나        그러게.

우주     뭔가 잘못됐나 봐.

나        뭐가 잘못돼?

우주     이상하잖아. 아빠가 저기서 전화를 하고 있잖아.

나        안 이상한데.

우주     이상한데요. 뭔가 잘못된 것 같아요. 일단 아빠한테 가보죠.     


물론 아빠한텐 아무 일도 없었다.     


나        거봐. 잘못된 거 없잖아.

우주     네, 그렇네요. 다 괜찮군요.

나        아무거나 막 걱정하고 그러지 마.

우주     그러게요. 걱정 안 할게요.     


맨날 뽀로로나 보는 애가 저런 말들은 어디서 배우는 걸까. 

정말 알 수 없는 아기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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