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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설가 김서령 Jan 03. 2022

[우주는 네 살] ep.35_곰돌이들



어린이집을 옮겼다. 드디어 집 앞 관리동 어린이집 대기가 풀렸기 때문이다. 셔틀을 타지 않아도 되고 현과문 열고 나가면 굴러서 가도 3분이다. 천국이 열린 기분이다. 

  

지난 어린이집은 8명 정원에 모두가 여자아이들이었는데, 이번엔 7명 정원에 단 두 명만 남자아이다. 어제에 이어 이틀째 같이 교실에 들어가 아이들이랑 함께 노는데 나는 웃음이 푹푹 터졌다. 여자아이들과 남자아이들이 다르단 소리를 농담처럼 듣긴 했지만 진짜 이럴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우주네 반 여자아이들은 모두 얌전하고 말도 또박또박 잘하고 예의도 바르고 똘똘하다. 그에 반해 남자아이 둘은 덩치만 컸지 이건 뭐 곰돌이 두 마리다. 아주아주 순박한 곰돌이 두 마리.     


추석 앞두고 지점토로 송편 빚기 놀이를 하는데 색깔 맞춰 반달 모양으로 예쁘게 빚는 여자아이들 틈에 앉아 커다란 덩어리 하나 뭉쳐놓고선 “똥!” 소리 지르고 켈켈켈켈 웃는다. 그게 다다. 공놀이를 해도, 새침 떨고 제 공 안고 선 여자아이들 틈에서 새끼곰들처럼 굴러다니며 켈켈켈켈 소리만 지른다. 여자아이들이 던진 공이 멀리 날아가면 잘도 주워다 준다. 주워주다가 여자아이들이랑 부딪히면 여자아이들은 뾰로통해져서 선생님께 고자질을 하는데, 곁에 서선 그저 좋단다. 켈켈켈켈 웃는다. 아, 진짜 귀여운 곰돌이들. 얘들 대체 뭐야.     


그만 데려오려고 했는데 우주가 나 혼자 가란다. 자긴 친구들과 더 놀겠다고. 


“엄만 가까운 데 가서 커피 마시고 있어. 난 여기 있을 테니까.”


새 어린이집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고맙다, 딸아. 잠시 후에 시작될 낮잠 타임을 네가 견뎌낼 것 같진 않다만 한 번 해보자. 엄만 커피숍 대신 집에 와서 콜라를 마시고 있단다. 행복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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