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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설가 김서령 Jan 03. 2022

[우주는 네 살] ep.43_여러 가지 생각



우주는 초저녁잠을 실컷 자고 일어났다. 

실은 소파에서 자다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깼다. 다행히 온몸에 담요를 둘둘 말고 잔 터라 다치지는 않았다. 놀랐을까 봐 빛의 속도로 달려가 우주를 토닥이는데 우주가 눈을 땡그랗게 뜨고 외쳤다. 


“엄마! 밥은?”


그제야 떠오른 것이었다. 밥 기다리다 소파에서 잠들었다는 것을. 밤새 뛰어놀지 않을까 싶어 걱정했으나 늦은 저녁을 먹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내게 말했다.


“엄마, 이제 불끄고 자자. 자기 전에 뽀로로 조금만 보고.”


어머. 웬일. 이게 웬 떡. 얼른 눕히고 뽀로로도 틀어줬다. 우주는 10분도 지나지 않아 뽀로로를 꺼달라고 했다. 자겠단다. 고마워, 우리 애기. 진심 고마워. 나는 당장 뽀로로를 껐다.     


시간이 좀 지나 어둠도 눈에 익었는데 문득 돌아본 애기가 안 자고 있다. 

가만히 누워만 있다. 눈 뜬 채.     


“우주, 안 자?”

“응.”

“잠이 안 와?”

“응.”

“근데 왜 자자 그랬어?”

“그냥 누워서 여러 가지 생각 좀 하려고.”     


와. 어처구니없어. 

네살짜리가 여러 가지 생각 좀 하려고 불 끄고 누워있었대. 

얘 뭐야. 야, 너 뭐냐. 와 진짜. 너 진짜. 네살 따위가 뭔 생각까지 한다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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