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설가 김서령 Jan 03. 2022

[우주는 다섯 살] ep.56_너만 조용하면 돼



내가 온종일 작업방에서 일하고 있으니 우주도 주섬주섬 책 들고 책상 옆에 의자 끌고 와 앉는다. 하지만 더는 못 견디고 슬그머니 “엄마, 아이패드 쪼꼼만 보믄 안대영?” 한다. “레인보우 루비가 보고 싶어영.” 한다. 아이패드 달라고 할 땐 얼마나 공손한지.      


“엄마, 여기 나오는 갈색 곰 이름이 초코야. 얘, 얘가 초코야. 초코는 말은 못 해. 근데 눈은 잘 보여. 헬렌 켈러는 말도 못 하고 소리도 안 들리고 눈도 안 보였자나. 근데 초코는 눈은 잘 보여. 다행이지? 초코는 많이 불쌍하지는 않아.”     


늦게까지 밖에서 꼬마들이 시끄럽게 떠드니 작업방 창문에 붙어서서 소리도 지른다.      


“얘들아! 우리 엄마 일하자나! 우리 엄마 일하는데 니들이 이렇게 떠드면 어떡하니! 얘들아! 제발 조용히 좀 해죠! 정신 좀 차리자고!”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시끄러운 줄도 모르고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는 다섯 살 우주. 엄마는 동네 창피해 못 살겠구나.



작가의 이전글 [우주는 다섯 살] ep.55_이마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