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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설가 김서령 Jan 03. 2022

[우주는 다섯 살] ep.57_저는 여우주예요



우리 집은 아파트 2층이다. 거실 창밖으로는 놀이터다. (그리고 그 옆이 어린이집이다)     

작업방에서 일하다 말고 커피를 내리러 나왔는데 열어둔 거실 창으로 병아리 같은 애기들 떠드는 소리가 들려 내다봤다. 역시나 우주 반 애기들이다. (이런 일 종종 있다. 재활용 쓰레기 버리러 나갔다가 우주 반 애기들한테 붙잡혀 그네 한참 밀어주다 온 날도 많다)     


우주는 시소를 타고 있었다. 손이라도 흔들어줄까, 그냥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우주 반 애기 하나가 나를 먼저 알아보고 소리를 쳤다.


“와! 우주 엄마다!”


미끄럼틀에서, 그네 위에서, 시소 위에서 애기들이 막 소리치기 시작했다.


“여우주 엄마다! 여우주 엄마, 안녕하세요! 아줌마, 뭐 하세요?”     


우주 반엔 이우주가 둘이다. 하나는 남자애고 하나는 우리 애기다. 성까지 같아 둘을 구분하기 위해서 남우주, 여우주, 그렇게 부른다. 우리 애기도 밖에서 누굴 만나면 안녕하세요, 저는 여우주예요, 그렇게 인사한다. 동네 사람들은 우리 애기 성이 ‘여가’인 줄 안다.     


우주도 신이 나서 손을 흔들고 엄마! 부르고 야단법석이었다. 사탕이라도 챙겨 들고 나가야 하나, 망설이고 있는데 우주가 소리쳤다.


“엄마! 일 안 하고 뭐해? 빨리 일해! 그리고 이따가 1등으로 데릴러 와!”


응, 그래. 엄마 얌전히 일할게. 딴짓 안 할게. 

그리고 이따 1등으로 데리러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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