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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설가 김서령 Jan 03. 2022

[우주는 다섯 살] ep.58_시 읽는 저녁



네 살 딸 다솔이를 데리고 친구가 집에 놀러 왔다. 친구는 동화작가다. 아이들을 거실에 풀어놓고 둘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친구는 내 작업방으로 들어가 시집을 한 권 빼 왔다. 김경미의 시집 『고통을 달래는 순서』였다. 약간 센티해진 친구가 방문에 기대어 몇 편의 시를 읽어주었다.    

 

우주     엄마! 아줌마 도대체 지금 뭐하는 거야?

다솔     아줌마! 우리 엄마 뭐하는 거예요?

나        응, 니네 엄마 시 읽고 있어. 잘 들어봐.

우주     시가 뭐야?

나        그런 게 있어.

다솔     우리 엄마 뭐하는 거지?

우주     시? 시계할 때 그 시?

나        응, 시계할 때 시 맞아.

우주     그리고…… 쉬야할 때 그 쉬?

나        그건 아니고.

다솔     엄마, 지금 뭐 하는 거예요? 그냥 이리 오세요!     


그래도 꿋꿋하게 시를 낭송하는 친구.

언제쯤 이 아기들과 시 이야기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쉬 얘기 말고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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