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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설가 김서령 Jan 03. 2022

[우주는 여섯 살] ep.66_이웃집 토토로



우주와 넷플릭스로 《이웃집 토토로》를 봤다. 

정말 한 장면 한 장면 모두 보석이다. 내가 아는 가장 예쁜 동화.     


레인보우 루비를 틀어달란 우주를 애써 달래 토토로를 보기 시작했는데, 우주는 홀랑 빠졌다.

토토로랑 아이들이 나무 위에서 오카리나를 부는 장면에서 우주가 말했다.


“엄마, 음악이 너무 좋아……”


가사가 재미나서 “엄마, 이 노래 너무 좋아!” 한 적은 있었지만 멜로디에 빠져서 음악이 좋다 하는 건 처음 봐서, 나는 또 그 모습이 뭉클했다. 아이들이 이렇게 자라는구나.     


토토로의 엔딩 장면은 병원에 있던 엄마가 퇴원해 아이들과 즐겁게 지내는 모습인데, 그때 깔리는 음악은 꽤 경쾌하다.     


우주     엄마, 이 노래 좋은데, 나는 쫌 불쌍해.

나        응? 뭐가 불쌍해?

우주     노래가, 이상하게 불쌍해.

나        어? 엄마는 이 노래 신나는데?

우주     나는…… 불쌍해. 불쌍한 생각이 들어.     


멜로디가 슬프게 느껴졌나보다…… 했다.     


우주     메이네 엄마…… 돌아가신 것 같애.

나        응? 퇴원해서 메이랑 잘 놀고 있는 것 같은데?

우주     아니야. 아닌 것 같애. 엄마가 돌아가신 것 같애.

나        왜 그렇게 생각해?

우주     노래가 슬프고…… 또 저건 메이가 꾸는 꿈 같애.     


너는 엄마가 모르는 사이, 얼마큼이나 자랄 거니. 

우주는 울적한 표정으로 토토로의 엔딩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나는 그런 우주를 한참 바라보았고. 


얘들아 빨리 출발해! 난 여기 앉아서 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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