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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설가 김서령 Jan 03. 2022

[우주는 여섯 살] ep.67_꽃 알레르기



우주     나한텐 꽃 알레르기가 있잖아.

나        너한테 무슨 꽃 알레르기가 있어?

우주     엄만 몰랐어?

나        우주한테 꽃 알레르기 같은 건 없어.

우주     있어.

나        없어.

우주     있다니까. 엄마가 그것도 몰랐어?

나        엄마가 모르는 우주 알레르기가 어딨어?

우주     난 꽃만 보면, 냄새만 맡으면 간지러워져.

나        기침도 나?

우주     무슨 기침이야? 재채기지. 엄만 기침이랑 재채기가 똑같은 줄 알아? 

           기침은 콜록콜록이고 재채기는 에취인데.

나        그래그래, 엄마가 실수했어. 그런데 진짜 꽃 냄새만 맡으 면 재채기가 나고 간지러워? 진짜야?

우주     응. 그래서 어린이집에서 꽃꽂이를 할 때면 불편해.

나        정말이야? 너 저번에도 꽃꽂이 한 거 가져왔잖아.

우주     그래서 어린이집에서 계속 재채기했어. 간지러웠고.

나        근데 왜 엄마한테 말을 안 했어?

우주     괜찮아. 알레르기는 해롭진 않아. 그냥 불편할 뿐이야. 

           원래 알레르기가 그래.

나        해로울 수도 있어.

우주     아냐! 해롭진 않아. 불편하기만 해. 그래서 말을 안 했어.

나        근데 지금 우리 집에도 식탁에 꽃이 있잖아. 우주 재채기  안 하는데?

우주     엄마는 참. 저건 가짜 꽃이잖아.

나        저거 진짜 꽃이야.

우주     아니야. 가짜 꽃이야.

나        진짜라고.

우주     내가 다 알아. 가짜 꽃이야. 그러니까 내가 재채기를 조금 만 했지.

나        무슨 소리야? 가짜 꽃이면 재채기가 아예 안 나와야지.

우주     엄마는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가짜 꽃이니까, 그건 쪼끔만 꽃인 거니까 재채기가 쪼끔 나오지.

나        말도 안 돼!

우주     저번에, 수요일에 어린이집에서 꽃꽂이했던 거, 

           그거도 가짜 꽃이어서 재채기가 쪼끔만 나왔어.

나        그거 진짜 꽃이었거든?

우주     아니거든? 가짜였거든?

나        아, 정말. 너 뭐야? 진짜 꽃 알레르기가 있단 거야, 없단  거야?

우주     아, 정말! 진짜 꽃엔 진짜 알레르기가 있고! 가짜 꽃엔 알레르기가 쪼끔 있다고! 

           그리고 알레르기는 해롭지 않다니 까 엄만 정말 왜 그래!     


이게 여섯 살 딸과 싸울 일인가.

우주는 진짜 꽃 알레르기가 있다는 건가.

대체 뭐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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