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차를 얻어 탈 때의 기분

스스로에게 바치는 정당성

by 윤작가

내일 역사 모임이 있다. 자가용이 없는 나는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거리가 꽤 되는-자가용으로는 짧은 거리일 수도- 곳은 못 가는 수가 많다. 영업직 사원이 아니더라도 친목 도모나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 운전 능력 및 자가용 소유는 필수 품목일지도 모른다. 사실 나도 여유가 있었다면 소형차를 샀을 테지... 평소는 버스를 타고 목적지를 가서 큰 불편함은 없다. 남들보다 조금 더 서둘러야 하고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 뿐. 그런데 내일 모임 장소는 시내버스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시외버스를 타야 한다. 게다가 길치인 내가 시외버스를 타고 길눈 밝혀 제대로 찾아갈 배짱도 없고 방법은 하나. 나를 실어줄 차량을 찾아 나서는 일.


모임 멤버 중 한 분께 태워달라고 부탁하는 건데, 매달 태워주시던 원장님께서 일이 있어 이번은 못 가신단다. 큰일이다. 다른 차를 구해야 한다.

"내일 저희 좀 태워주실 수 있나요?"

동냥은 아니지만 그분들도 편하게 갈 수 있는데, 우리 때문에 일부러 둘러 가니 부탁하는 입장에서도 마음이 불편하다. 이럴 때 좀 주눅이 든다고 할까? 괜한 자격지심이랄까? 좀 서럽다.

'뭐 어때! 집안 형편 때문에 빚 갚느라고 그런 거지. 아니면 내가 벌써 집을 샀겠다.' 이렇게 위안해 봐도 처지가 처량하다. 그래도 잔 다르크처럼 혼자는 약해도 누군가의 방패가 되는 데는 오지랖이 있어 내가 나서야 같이 가는 샘도 무사히 갈 수 있다. 내가 나서줘야 한다며 이 감정을 넘긴다.


그리고 없이 사는 이들의 심정을 늘 잊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 좋은 아빠 만나 용돈 펑펑 쓰고 살았으면 다른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에 더 무디고 느렸을 거라고. 나 같은 사람도 있어야 누군가는 또 용기를 가질 수 있다고 다독여본다.

뭐 어때!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거라고. 차 한 대 굴리려면 대기오염에 교통 혼잡 등 에너지 낭비야!

이렇게 반대 정신으로 버티고 산다. 이럴 땐 '깡다구' 정신이 좋다.


p.s. 걱정과는 다르게 즐겁고 안전하게 차를 얻어 타고 감사히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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