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균과 젊은 그들'을 보며
<<김옥균과 젊은 그들의 모험>>이란 책을 보면 개화파들이 일으키는 갑신정변 이야기가 나온다. 청을 등에 업은 민비와 중간에서 오락가락하는 고종. 온건 개화파와 급진 개화파의 갈등. 수구 세력과 급진 세력의 충돌. 특히 김옥균으로 대표되는 급진 개화파들의 '젊은 그들'이 우리에게, 나에게 시사하는 점은 뼈아프다.
민비에게 꼼짝도 못 하는 고종의 모습도 답답하고 무엇이 나라를 위한 것인지보다 무엇이 나의 입지를 굳게 하는 것인지에 더 혈안이 된 국모의 모습은 참으로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이래서 누구를 만나느냐의 문제는 개인뿐만 아니라 집안과 주변 상황까지 아우르는 크나큰 요인이 되겠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돌아본다.
나는 누구를 의지하여 살아가고 있는가. 스스로 일어설 힘이 얼마만큼 축적되어 있는가. 늘 누군가의 그늘에 기대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건 아닌가. 여기서 조력자와 의존의 대상은 다르다. 조력자는 동행길에서 협력하여 서로를 지지하고 각자 영역에서 할 일은 하되 한쪽으로만 계속 기대는 건 아니다. '의존'은 '홀로 설 수 없음'이다. 그 누군가가 아니면 걸을 수 없고 나아갈 수 없는 정신 상태. 고종이 민비의 치마폭에 놀아난 것처럼, 민비가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며 청에 구걸한 것처럼 스스로 일어서려는 생각조차 못 하는 갇힌 상태, 그 처지를 의존이라 하고 싶다.
지금 한 나라의 지도자가 잘못된 의존 대상자를 골라 큰 곤혹을 치르고 있다. 아니, 큰 혼돈에 빠져버린 이 불쌍한 백성들은 어쩌나. 그러나 개개인의 '개화'는 각자의 몫이고 판단이다. 누군가의 영향을 받을 순 있지만 스스로 판단하고 분별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힘은 자신만이 키울 수 있는 게 아니던가.
이제는 나도 두 발로 온전하게 서고 싶다. 성장을 위해 독서도 멈추지 말고 낙심의 공허함도 탈탈 털어버리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혹 누군가에게 기대어 살아가려는 이가 있다면 자신을 살리는 길은 자신에게 있음도 당부하고 싶다.
나의 의지와 결단이 빠진 맹목적 추진력은 결국 혼돈과 방황을 자초할 테니...... 또한 무조건적인 허황된 낙관론도 주의해야 함도 잊지 말자.
"생각해보면 그들은 문사였지 무사가 아니었고 전략가는 더 더욱 아니었다. 삶의 나이테가 켜켜이 쌓인 경륜이나 경험도 없이 나름대로의 좋은 환경에서 사서삼경 등을 공부하여 과거에 급제한 후 그런대로 출세가도를 걸어온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론과 현실은 너무 달랐다. 이론은 실제를 실현시키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었다. 이런 그들이었기에 개혁도 아닌 혁명적 변혁을 성공시키기에는 경험이나 경륜이 너무도 부족했고, 의욕과 열정만 넘쳐흘렀다. 명분은 훌륭했고 발상도 좋았다. 하지만 모든 크고 작은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인 세밀함 즉 디테일이 부족한 상태에서 변혁이라는 거창한 스케일만 가지고 중대한 대사를 감행했다."
- <<김옥균과 젊은 그들의 모험>>, 안승일 지음, 연암서가,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