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내 돈 3만 원

축복을 빌면 축복이 돌아온다?!

by 윤작가

며칠 전 수업을 마치고 지인을 만나기 위해 농협에 들렸다. 부랴부랴 약속 시간 늦을까 ATM 기계에 통장을 넣고 비밀번호를 누르고... 그러고 나서 기억이 없다. 단기 기억 상실증도 아니고 교통사고를 당한 것도 아니다. 술 취해서 필름이 끊긴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냥 그 후에는 버스를 탔다는 것밖에는.......

이럴 수도 있구나, 이렇게 까마득히 잊고 있을 수도. 주일학교 교사들 모임에 참석한 뒤 집으로 와서

지갑을 열어 보니 그 3만 원이 홀라당 사라진 것이다.


"어? 이게 뭐야... 뭐지? 이상하다!" 분명히 3만 원을 뽑았는데... 통장에서 출금 내역이 뚜렷하게 적혀

있는데. 왜 없지?"


아주 가끔 이런 실수를 하곤 했는데 최근에는 처음이다. 급한 마음에 기계에서 3만 원을 찾지 않고 그냥

통장만 빼서 버스 시각 맞추느라 정류장으로 곧장 뛰어간 것이다. 통장을 뽑고 돈도 들고 나와야 하는데

통장을 뽑은 후 농협에서 나온 그 잠깐 동안의 일이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하... 내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순간 울컥하며 눈물이 핑 돈다!


주말 3만 원 뽑으려고 수수료 250원도 들었고, 내게 3만 원이란 정식 밥값 서너 번 이상, 화장품 하나에서 두 개 정도, 영화 보고 차 마시기, 월드비전 후원금 한 달 치, 귀걸이 여러 개, 책 몇 권, 독서 모임 회비 등... 엄청난 금액이다. 그 3만 원으로 할 수 있는 게 이렇게나 많은 돈이고 그 3만 원을 벌기 위해 나는 또 한 달을 기다려야 하는가? 나 자신에게 화가 나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현금지급기에 돈이 있어도 그대로 두시면 다시 안으로 들어갑니다.

가져가지 마세요!"

이런 문구가 ATM기계에 붙어 있었다. 내 돈이 다시 통 안으로 들어갔으면 아직 희망이 전혀 없지는 않으나, 혹 누군가가 급한 마음에 가져갔으면 농협도 책임 못 진다. 이건 경찰서 관할로 넘어가겠지.


한 이틀을 찜찜하고 우울한 기분으로 지내다 마인드 컨트롤을 시작했다.

"그래, 친구랑 맛있는 거 사 먹었다 생각하자. 어차피 쓰기 위해 뽑은 돈 아닌가. 그래도 아까운데... 혹시

누군가 너무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 기도를 했는데 내 돈이 거기에 쓰였을지도 몰라. 필요한 사람에게 돌아가 요긴하게 쓰였다면 아주 다행... 그래도 흠...... 에이, 몰라! 잊어버려야지..."


답답한 마음에 기도를 드렸다.

'아버지, 3만 원 당신께서 보상해 주세요. 그 3만 원이 제게는 무척 큰돈입니다. 아빠가 꼭 보상해 주세요.'

그러고 나니 속이 조금 시원해졌다. 이미 엎질러진 물, 제대로 주워 담을 수도 없거니와 그런다고 처음과 같은

오염 없는 깨끗한 물이 될까? 다음부터는 이런 실수 안 하겠지.

그리고 눈을 떠서 월요일 오전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은행에 전화해서 돈을 찾아보라는 지인의 말에도 누가 들고 갔으면 못 찾아, 하고 기도만 했던 나인데. 세상에! 그 3만 원이 내 계좌에 찍혀 있는 것이다. 할렐루야!

해당 지역 농협에서 수치가 안 맞아 CCTV를 돌려보고 조회해서 나를 찾아낸 것이리라.

그쪽에 미리 전화를 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기적처럼 돈이 다시 통장에 들어오다니. 기분은 날아갈 듯 너무 행복하고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자신의 돈이 아니라 손대지 않고 그대로 둔 시민들도 고맙고, 하나하나 추적하여 내 통장에 돈을 입금해 주신 은행 측에도 감사했다.


돈을 잃어버렸을 때 내가 잘하는 생각 중 하나는, 누군가 필요한 사람에게 돌아갔으리라, 그러면 덜 아깝고 그 돈도 헛되이 쓰임 받은 것은 아니니 되었다, 이다. 급우울에서 급행복으로 바뀐 나. 돈의 소중함도 사람의 고마움도 느끼게 된 사건이었다.

돈이 나가야 돌아오기도 하겠지. 물론 지금은 쓸 돈이 더 적지만. 그래도 선한 청지기로서 역할을 잘 감당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지. 부메랑처럼 돌아온 내 돈 3만 원. 그건 사람의 힘이었고 축복이었다.


"고마워요! 제 돈 다시 무사히 돌려주셔서.......

다시 돌아온 만큼 헛되이 쓰지 않고 소중하게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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