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모태 신앙인 내가 크리스마스 예배를 땡땡이 아닌 땡땡이 치고 여행 아닌 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KBS 스페셜에 나온 '죽음'에 관한 영상을 보며 마음이 숙연해진다.
어렸을 적부터 온 가족이 다녔던 모교회. 목회자를 둘러싼 내분과 다툼. 그로 인해 부모님은 더 이상 예배를 드리지 못했다. 다시 나갈 계기가 없었던 것인지, 상처가 컸던 탓인지. 나 홀로 다시 교회를 나가면서 온 가족의 신앙을 위해 책임지고 기도하고 돌이켜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끼고는 했다.
그런 내가 오늘 따라 홀로 예배당에 가기가 왠지 모르게 쓸쓸하고 허전했던 이유는 모르겠다. 크리스마스이기 때문일까?
휴일의 끝자락. 어제 사람들로 북적이는 대형 트리가 장식되어 있는 곳에 다녀와서 띵한 머리를 붙잡고 늦게 까지 누워있다 오늘도 바람 쐴 겸 나들이를 다녀왔다... 그리고는 TV속 수녀님들이 주축이 된 호스피스 병동을 보며 눈물을 여러 번 훔쳤다.
친구와 친척, 또 아빠의 죽음. 손 붙잡고 먼저 천국 가 계시라는 마지막 인사도 못 하고 임종도 지키지 못했던 육신의 아버지. 갑자기 복수가 차서 말기 위암으로 20대의 꽃같은 나이에 하늘 나라로 간 친구. 수술하지 않고 기도로 마음을 붙들다 통증을 견디며 의식을 잃다 소천한 친척.
화면 속 그들은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어느 드라마 속 대사처럼, 우린 모두 시한부 인생들이지 않는가.
호스피스 활동을 통해 암환자들의 임종을 돕고 그들이 평안한 마음으로 제2의 출발을 준비하도록 돕는 어느 수녀님이 말씀하신다.
'내일은 없다'고, '우리에게는 내일이란 없기에 오늘을 잘 살아야 한다'고.
'막 살다 잘 죽을 순 없다'고. '잘 살아야 잘 죽을 수 있다'고.
나그네 삶, 본향을 향하여 살아가는 이 땅에서의 유한한 삶. 그동안 돈이 없어 어렵다고, 우릴 이렇게 힘들게 한다고 육신의 아빠를 많이 원망하고 미워했었다. 그러나 지금 내 곁에 피곤한 몸을 누이고 간혹 코도 귀엽게 굴며 잠드신 어머니와 주변의 많은 사람들. 제자들과 그분께서 허락하신 소중한 인연들.
나는 크리스마스가 지나가는 끝자락에 다시 한번 인생의 소중함과 생명주신 은혜를 생각한다. 그리고 겸허해진다. 물질을 바라보며 걱정하고 애태우며 살 게 아니라 내게 붙여주신 사람들, 그 영혼들을 소중히 바라보리라.
그러리라.
내일부터 일상이다. 다시 마음 붙잡고 열심히 살아가자.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