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계속되는 이유

사람에 속고 살아도 사람으로 웃는다

by 윤작가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이들은

빠짐없이 각자의 역사를 지니게 된다.


거창한 이름, 폼 나는 인생이 아니어도

태어난 이상 자신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기회는

부인할 수 없다.


과외 가는 길,

갑작스런 빗줄기. 미처 일기 예보를 확인하지 못 한 난 얼른 우산을 챙겨 버스를 탔다.

창문에 튕겨진 물방울들이 신선하고

평소와 다르게 빗소리가 나쁘지 않다.


심야 영화를 보자는 지인의 요청에 늦은 저녁을 먹다 영화관으로 향했다. 우리가 선택한 영화는 '재심'. 이미 약촌 오거리 사건은 기사로 어느 정도 알고 있던 소재였고, 영화 '동주'에서 인생 깊었던 배우 강하늘의 연기가 신선했다.


"내 새끼 웃었냐?"


이 한 마디에 멋쩍게 웃는 아들. 그 한 마디에 그녀를 떠올렸다. 길거리에서 스쳐 갔던 사람들과 학부모, 곁에 있는 사람들. 무얼 하려고 이 땅에 태어났나 영화를 보며 스스로 질문한다.


나의 글은 어찌해야 하는가. 앞으로 어떤 시선과 어떤 마음 가짐으로 인생을 살아갈지 자꾸 생각하게 하는 영화.


그는 억울하게 청춘을 감옥에서 보내고도 끝내 살아냈다. 그리고 무죄를 판결받았다. 그것은 누군가의 끈질긴 추적과 관심, 배려와 인간애 때문이었고 진실에 대한 뜨거운 갈망 때문이었다.


참 쉽게 살아온 게 아닌가. 화 나면 화 내고, 싫으면 거부하고 하고 싶은 대로, 성질 그대로 내보이며 강한 자아를 품고 살아온 게 아닌가.


비 내리는 육첩 다다미방에서

너무나 쉽게 쓰여진 시라고 했던,

사랑하는 시인의 말이 전해진다.


봄을 재촉하는 비 속에 가족의 얼굴이 지나가고 함께 숨쉬고 있는, 같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숨결이 퍼져 있다.


하고 싶은 말만 하며 살 게 아니라 살리는 말을 하며 살자고 다시 다짐해본다.


한동안 무언가를 적는다는 게 두려웠다. 잘 적어내야 한다, 누군가에게 평가받는 것이 자신없고 압박이 되어 계속 멈칫했던 것 같다. 나의 글을 쓰면 될 것을. 내 역사를 만들어가면 되는 것인데.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그냥 이 인생을 기꺼이 살아내자. 가는 길이 혼자가 아니라 살리고 싶은 영혼들이 있다는 것. 나의 몫이 있고 그들과 함께 만들어 간다는 것.


사람으로 죽어도 사람으로 살 수 있는 게 인생인지 모르겠다.


"당신은 왜 사나요?

무엇 때문에 사나요?"


자꾸 묻는다. 삶으로 대답을 해나가야겠지.


비가 그치고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는 계절, 삶도 계속되고 있다. 아직, 고맙게도, 여전히.......

keyword
작가의 이전글크리스마스, 제2의 부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