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꿈
현란한 영화들을 뒤로 하고 새하얀, 별다를 것도 화려한 배경도 없이 인물을 따라가는 구성.
함께 본 아이들이 재미없다던 '싱글라이더'가 삶의 애환과 진한 고독에 대해 아름다운 영상으로 이야기 했다면 영화, '눈길'은 내게 손수건을 눈물에 적실 만큼의 송구스러움과 따뜻한 입김을 건네주었다.
그녀들을 보며 오히려 더 견고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하는 영화, '눈길'.
마음 둘 곳 없는 십대 소녀가 묻는다.
"할머니... 나이가 들면 사는 게 쉬워져요?"
"미리 걱정하지마. 살다보면 다 살아져..."
부모 형제 없이 쪽방에서 도둑 고양이 마냥 숨어 지내는 옆집 소녀에게 무심히, 그러나 다정히 던지던 할머니의 말. 내게도 동일한 마음이 전해져와 눈물 짓게 만든다.
'귀향'은 잔인하고 처절한, 일본군이 소녀들을 폭행하는 영상이 들어가서 사람들이 더 주목했던가. 늦은 시각이었지만 전세를 낸 듯 이 영화를 보는 이는 나와 지인, 어느 관객. 딱 세 사람이었다.
저게 어찌 보상이 된다 말이가. 돈으로 그게 무마될 일이가. 무릎을 꿇어라. 그냥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얘기해라. 저 할머니들이 언제 돈 달라고 했더냐. 나는 오히려 정부에 쓴 소리를 해대고 있다.
피해자들이 오히려 부끄러운 듯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러 고향을 등지고 살아야 했고, 보고 싶은 가족은 생이별을 한 채. 기록에도 남아있지 않아 자신의 이름도, 가족도, 출생도 없는 이가 되어버렸다.
학교에 플랜카드가 붙어 있을 때부터 거긴 무조건 가리라 마음 먹었다. 나는 식당에서 혼자 밥 먹기도 꺼려하지만, 반드시 봐야 될 건, 내 심장을 두드리는건 혼자서라도 보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기에.
자리에 앉아 사회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를 기다렸다. 미리 준비한 장미꽃 한 송이와 함께. 조금은 긴장되고 떨리는 마음으로 어떤 말씀을 꺼내실지 조마조마했다. 말씀하시다 힘겨워 하시면 어쩌나. 그 광경이 떠올라 다리에 힘이 풀리시면 어쩌나. 오만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한데 어느 할머니가 나오셔서 작고 담담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할머니의 강연 내용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쩌면 나는 생존자를 만나 위로의 말로 힘을 실어주고 싶었는지도.
무대 위로 올라갔다. 장미꽃을 건네고. 그리고 안아드렸다. 괜찮아요. 고생 많으셨어요......
그렇게 내 마음을 가볍게, 조금 더 편하게 만들고 싶었는지도. 영화를 보는 내내 지금껏 나는 뭘 했나 죄스런 생각이 든다. 그들의 삶을 위해 나는 무슨 도움을 드렸나. 까맣게 잊고는 아무렇지 않게 그저 내 할 일만 하고 아무렇지 않게 하루를 보내고.
대체 이 빈 자리는 뭔가. 어느 방송사에서 이미 드라마로 만든 걸 새로 구성해서 식상한 걸까. 우린 누구인가.
잊지 않게 해야겠다. 누군가는 그녀들을 계속 기억해주어야 한다. 말해줘야 한다. 온 산과 들에 뿌려진 그네들의 피가 절은 넋들은 또 어찌 위로할까.
역사는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 올바로 진실을 대면할 수 있게 가르쳐야 한다. 내 양심이 바르르 분노하고 있었다. 오히려 그녀들의 삶이 나를 위안하고 있었다.
끝까지 살아내라고. 살라고. 살면 살아진다고.
죄송해요. 사람들이 잊지 않도록 저도 힘을 보탤게요. 아니, 어쩌면 저는 그런 큰 일을 감당할 자신은 없지만... 주변에 아파하는 친구들에게 다가가서 당신처럼 손잡아줄래요.
2017년 1월, 이제 생존자는 겨우 40여 명. 그들은 이들이 죽으면 다 끝날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역사는 반드시 돌고 돌아 또 긴 이야기를 할 것이다. 어쩌면 남은 자의 몫인지도 모른다. 후손들의 영역인지도...
추신. 8일(현지시각) 독일 레겐스부르크시 인근 비젠트 공원에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되어 제막 행사가 치러졌다는 기쁜 소식이 뉴스에 떴다.
수원시와 시민들, 재독동포와 독일인, 관계자 여러분들, 많은 이들의 땀과 눈물이 스며 있다. 특히 수원시민들이 2014년부터 성금을 후원하는, 물심양면의 노력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참으로 고맙고 대단한 분들이다.
14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고통을 겪은 안점순 할머니께서는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할 말이 없다. 험한 세상이 없으면 좋겠다"고 눈물을 보이셨다고 한다.
눈물 훔치는 안점순 할머니 (사진=연합)
참석자들은 이번 소녀상 건립은 무엇보다, 기존 해외 소녀상 사례처럼 외국의 일부 기관 또는 지역 한인회가 아니라 재독 교민과 한국인 참여 현지 시민단체, 독일 한인교회협의회, 독일인 목사 등 다수 독일인이 함께하는 건립위원회가 주도했다는 점도 의미가 깊다고 전했다.
- 김의철 기자 (kimec@kbs.co.kr)
"순이야, 널 기억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으니 기운 내!!"
사진 출처 : 김기화 기자(kimkoon@kbs.co.kr) 기사 내용 안에서
★★★국민일보 정지용 기자의 보도(2017.03. 14)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압박으로 유럽에 처음으로 세워진 소녀상이 철거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아니 제막식 한 지 얼마나 지났다고, 일본 때문에 정말 열 받는다. 한일 위안부 합의서는 누구 동의를 얻어 멋대로 작성해가지고 아.. 정말!!
이 일을 위해 수원시를 포함해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눈물과 땀을 흘려왔을까? 역사 의식 없는 모자란 리더들로 인해 아직까지 할머니들은 편히 눈감지도 못할 것이다. 정말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