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이 없을 땐 책 향기를 맡는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이란

by 윤작가

내가 사는 지역은 눈 대신 비가 내린다.

잎사귀 없는 가지 끝, 물방울이 달린 모습은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를 연상시키듯 앙증맞고 싱그럽다.


소설가들이 가장 읽고 싶어했다던 소설, '너무 시끄러운 고독' . 이 작가 봐라,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네. 너무 시끄러운 고독? 역설인데 주의를 확 끈다. 그건 뭐 소설가들이 선호한다는 편입견도 슬쩍 내 머리에 심겨진 탓이리라.

과외를 마치고 환승을 하러 교통카드를 기계에 대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나는 비가 오면 우산을 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에, 비 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지만. 오늘 이 비는 봄을 재촉하는 듯하여 나쁘지 않다.


입구로 들어서니 자동 우산 비닐 덮개가 있다. 긴 우산용 비닐을 씌운 채 2층으로 향했다. 예약된 책을 받기 위해서.


보물인양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드니, 생각보다 두께가 얇다. 좋네, 금세 읽을 수 있겠네. 피곤하지 않겠네 싶다.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같은 책은 두께도 그렇지만 사람 이름 인식부터 스토리 전개가 아주 재미있다고 말하긴 어려웠다. 대체 이 글들 뒤에 감춰진 작가의 의도는 뭔지. 그 시대,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내가 형제들 사이를 비집고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어두운, 검정빛이 감도는 초록색 바탕에 제목도


시끄러운

고독


이런 식으로 표기해놓았다.


점심을 먹은 나는 이 책을 가져온 뿌듯함에 배는 곱절로 부르고 잣나무 잎이 바람에 흩날리던 숲이 떠올라 기분이 슬슬 좋아진다.


어제도 주책스레 독서 모임중, 이야기 나누다 눈물을 보인 나는 눈이 피곤하기도 하고 몸 상태도 늘어져서 기운이 없었는데... 이래저래 격려해주시는 말들과 공감 어린 눈빛, 보이지 않는 위로에 다시 나아가기로 애쓴다.


그리고 도서관!


나는 대단한 책벌레는 아니지만, 책을 보면 기분이 나아진다. 그것도 내가 관심이 가고 읽고 싶고, 궁금증이 생기는 책을 소유하면 행복하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이라... 나도 해당될까? 요즘 많이 외롭긴 한데...


자자, 분위기는 이만 하면 됐고 설거지하고 이제 슬슬 책 속으로 빠져봅시다!


"내가 혼자인 건 오로지 생각들로 조밀하게 채워진 고독 속에 살기 위해서다. 어찌 보면 나는 영원과 무한을 추구하는 돈키호테다. 영원과 무한도 나 같은 사람들은 당해낼 재간이 없을 테지."

-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추신. 단 한 권의 책만으로 작가에 대한 경의가 드는... 끝까지 조국인 체코에서 끝까지 체코말로 자전적인 영감으로 써내려간 그의 이야기.

글 속에 녹아든 그의 인문학적 소양과 별개로 삶의 밑바닥을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깊은 감정이 살아있다. 왜 체코의 국민 작가인지, 작가 자신이 무엇 때문에 이토록 이 소설을 사랑했는지 이해가 된다. 영광이다, 내가 이 작품을 만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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