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짓기 힘들어요!

난데없는 밥솥 물벼락 사건

by 윤작가

분명 치매는 아니다. 건망증도 아직 심한 편은 아닌데, 방금 목도한, 내가 저지른 황당 사건!

설마 나 같은 실수를 한 사람이 또 있을까 싶어 기록에 남겨본다.


늦은 아침을 먹으려고 밥솥에서 밥을 푸는데 애매하게 남는다. 먹을 만큼 밥그릇에 담고 나머지는 다른 그릇에 옮긴다. 그리고 밥솥 안 통을 꺼내어 씻고 스테인리스로 된 안 뚜껑도 꺼내 씻는다. 바가지에 쌀을 퍼 담고 씻어 놓은 후 바닥을 닦는다. 어느 정도 물에 불려진 쌀을 안치려고 밥솥 뚜껑을 연다. 여기까지는 다른 날과 다를 바 없는 순조롭고 평온한 진행.


그러나 조만간 일어날 대형 사고를 알지 못한 채 태연히 쌀이 담긴 바가지를 들어 밥솥에 붓는데.......

여기서 잠깐, 무엇이 잘못되었을까요?



아이고야, 안 솥을 빠뜨린 채 쌀을 붓다 급히 꺼내고 남은 쌀들~


아까 씻어 두었던 안 통은 싱크대에 엎어둔 채 신나게 쌀을 붓다 아차차! 붓는 동시에 아차 싶었으나, 이미 배는 떠나고. 국자로 퍼내다 안 되겠다 싶어 손으로 모아 쌀을 긴급히 꺼내보지만 역부족. 무거운 밥통을 들고 싱크대로 향해 안에 물을 붓고 쌀을 밖으로 꺼내려는데. 이번에는 뭔가 줄줄 바닥이 축축! 밥통 밑으로 수직낙하하는 물. 아, 진짜 오랜만에 제대로 사고 치네.


다음 식사는 무조건 라면이다! 낑낑대며 쌀을 밖으로 보낸 뒤 수건으로 바닥을 닦고. 혹시 콘센트에 코드 꽂다 감전되는 거 아냐? 전기용품에 물이 들어가도 되나 싶고. 수건으로 밥통 몸통과 전선줄까지 닦은 후 얘가 작동을 하는지 안 하는지 확인차 코드를 꽂는다.


"설마 감전되는 건 아니죠?"


띠리링~ 경쾌한 소리를 보아 밥통은 정상이다. 구조한 쌀을 다시 목욕시켜 안 통을 넣고 쌀을 안친 후 버튼을 누른다. 아직 밥맛은 못 보았지만 정상 가동으로 보아 밥통은 무사하고 한 고비를 넘긴 듯.

살다 살다 이런 실수를 하다니, 나도 참.......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 글을 적는다!


밥을 해먹기도 힘들구나. 절차를 따라야 하고 기구를 제대로 활용해야 하고. 그나저나 밥이라도 먹고살겠다고 이러고 있지만, 이마저 못 먹는 이들은 어쩌나 싶다.

한국인처럼 된장 먹고, 고아들 업어 키우고, 여권 신장을 위해 애쓰며 미혼모들과 함께 산, 한국의 작은 예수! 한국의 테레사, 서서평 선교사님이 떠오른다. 그녀는 낯선 땅에 오로지 섬기기 위해 왔다. 그런 그녀와 달리 나란 인간은 양식을 위해 사고나 저지르고. 살리는 밥을 짓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갈무리한다.


"오늘 하루도 살리는 하루가 되길!

다들 맛있는, 고마운 식사 드세요~"


추신. 확인 결과 밥 맛은 취향 나름이겠지만 죽밥이 되었다. 이건 찰진 걸 뛰어넘어, 물 양 조절도 오늘은 실패. 점점 나아지겠지... 아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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