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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작가 May 01. 2017

혹시 모르잖아요, 귀한 사람을 만날지.......

뜻하지 않은 선물, 릴레이 보석 마주침!

  8시에 알람을 맞추고 잤다. 6시쯤 눈을 떠서 다시 자고 알람이 울릴 때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알람을 끄고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을 먹고 씻고 이러다가 어느 새 10시가 다 되어간다. 10시까지

가야 하는데 10시가 다 되어간다니 큰일이네!


  부랴부랴 집을 나선다.


  '아참, 하이라이트 사진을 안 가져왔네. 오늘 갖다줘야 하는데.......

  어쩌지? 지금 집에 다녀올까? 아, 그러면 더 늦어! 이야기하고 다음에 갖다줘야지.'


  정류소에 가는 길 보석에게 전해줄 아이돌 사진을 집에 놔두고 온 게 생각난 거다. 나랑 수업하는 아이는

스스로 덕후라고 일컫는, 팬심이 깊은 아이인데 그 아이가 이번에 하이라이트 앨범을 사고 받은 사진이

집에 있던 것과 겹쳐 누구 줄 사람 없나 물색하다 우리 교회 주일학생이 당첨! 물론 중간 역할자는 나고

전달자도 나다.


  평소 그렇게 학구적이지 않은 것 같은데 시험기간이라고 예배도 빠지고 카톡 상태 메시지에는 '망함'이라고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시험을 망친 게 틀림없어 보인다. 그 아이에게 가져다 줘야하는데 이 선생이 지각을

하는 바람에 지금 난리가 났다.


  '아, 어쩌지? 선생이 되어가지고 지각이나 하고... 서두른다고 하는데도 맨날 왜 이러냐? 모임 시간이 늦춰

져도 내 행동은 더 늦어지고.'


  버스를 탄다.


  "선생님!"


  맨 뒷좌석에 앉은 내게 선생님, 하고 뒤돌아보며 부르는 주일 학교 아이.


  "다행이다, 너 만나서. 내가 지금 늦어가지고 혼자 들어가기 창피했는데 다행이다, 야~"


  그 아이와 교회에 가는 몇 분동안 대화를 나눈다.


  "합주부 재밌니?"


  "네!"


  "궁금한게 있는데 합주부 어떻게 해서 들어가게 됐어?"


  "아, 그거요. 제가 악보를 읽을 줄 몰랐거든요. 그래서 엄마가 그거 때문에 악기 배우라고 해서, 형 따라 드럼 배우다... 안 맞아서 색소폰 배우게 됐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 악보를 보게 됐어요."


  "이야, 멋지다! 그럼 예고 들어갈 거야?"


  "네, 그런데 엄마는 반대해요."


  학원샘, 담임샘 등 자신이 만난 모든 선생님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라고 한다며 이 기회를 통해 아이의 고민과 진로에 대해 알게 되어 감사하고 기쁘다.


  예배를 드리고 나서 집으로 가기 위해 정류장으로 향하는데 낯익은 아이. 이어폰을 꽂고 고개를 숙인 채 내가

오는 것도 모른다. 아침부터 오늘은 보석들과 연속으로 마주치고 그것이 내게는 예상치 못한 일상의 선물이자

에너지가 된다.


  이 아이는 색소폰을 좋아하는 아이의 친척 동생이다. 공교롭게도 아침에는 오빠, 점심 때는 동생. 신기한 인연일세.


  "너는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이 있어?"


  "저는 예전에 요리사랑 의사가 되고 싶었는데요, 지금은 성우가 되고 싶어요."


  "오~ 목소리가 고와서 되겠다. 의사는 공부를 많이 해야해서 힘든데 성우는 의사보다는 조금 더 쉽지 않을까?"


  그리고 같이 버스를 올라탄다.


  "저기 * * 언니가 있어요."


  "맞네~"


  서점에 자습서를 사러간다는 아이를 또 만났다. 오늘 늦잠으로 교회에는 오지 못했고, 자습서를 산 후 연평도에 있는 오빠를 면회간다고 한다. 연휴를 맞아 모처럼 가족들이 면회를 가는 모양. 나는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가는 길이고 그 아이와 같이 내려서 이야기를 하다 도서관에 책을 반납한 후 신호등 앞에 선다.


  "선생님!"


  어리둥절, 정신을 못 차리는 내게 앞에 있던 남자가 뒤돌아본다. 이름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그 아이이지 싶고. 차마 미안한 마음에 이름이 뭐냐는 질문은 생략. 캐드를 배우며 수영을 한다는 아이. 대학생이 된 친구들도 있는데 자신은 여기에 있단다. 같이 신호등을 건너며 이렇게 입으니 아주 지적이라는 내 말에 멋쩍어 하는 아이. 신호등을 건너는데,


  "저기 * * 있어요!"


  오늘 무슨 날인가? 도미노처럼 줄지어 따라오는 보석들. 길에서 마주치는 아이들. 그동안 얼굴도 보지 못하고

어찌 사나 잊고 있었는데 주일 내게 한가득 보석 보따리를 풀어놓으시는 하늘 아버지.


  아이들을 쉽게 잊고 사는 나. 마음에 담고 기도로 응원하자. 내게 번호를 따였다며 웃는 아이. 그러면서도 전화하면 자신은 모르는 번호도 꼭 받는단다. 언제 한 번 밥 먹자고 하며 돌아섰다.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배부른 그런 날이었다.


  내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귀한 보석들이 늘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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