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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작가 Aug 30. 2017

아프리카에서 온 편지

그녀의 믿음에 보답하는 방법

며칠 전 편지가 왔다.


"월드비전에서 온 거네."

어머니께서 전해준 편지를 보니 그 아이가 보내온 것이다. 우리가 편지를 주고 받은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다.


우리의 편지는 석 달에 한 번꼴로 소식을 주고 받는다. 아이의 편지는 대부분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가족,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어요. 당신도 그러길 바래요."

농사 이야기, 내가 물었던 질문에 대한 답변들이 짤막하게 담겨있다. 뒷장에는 아이가 사인펜으로 그린 그림이 있다. 거의 축구공을 가진 사람이나 학교, 나무 등이 그려져있다. 가끔 색채가 화려하거나 색을 많이 칠한 경우에는 아이 기분이 좋았을 거라고 짐작한다.


아이를 안 지도 십 념이 넘어가니 이제야 서로에게 서서히 물들어 가나보다. 어느 날 동봉된 사진을 보고

"벌써 이렇게 커서 예쁜 숙녀가 되었구나."라고 편지에 적었다. 그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답장에 생각지도 못한

말이 적혀 있었다.

"우리 나라에 와서 저랑 같이 놀아요."

편지를 들고 멈칫거렸다. 머릿속에는 아프리카에 오라는 말만 맴돌고, '이제 어쩌지?'하는 고민이 생겼다.

예쁘다는 칭찬 한 마디가 아이의 마음을 활짝 열었는지 10년 동안 놀러오라는 말은 한번도 한 적이 없었는데, 이제 자기 나라로 와서 같이 놀자는 거다.


나를 그토록 친밀하게 생각해주는 아이의 마음에 가슴 벅차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웠다.

"아직 그곳에 갈 준비가 안 되어 있어. 비행기표를 사기 위해선 목돈이 필요한데 아직은 무리야."

자세한 내막을 말할 수 없고 그저 준비가 부족해서 당장은 어렵다는, 사실 거절에 가까운 말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 그 아이가 기절초풍할 말을 편지에서 하고 있었다.


"괜찮아요. 하나님은 모든 것의 주인이에요. 그분이 주실 거예요."


'아... 나보다 믿음이 더 세네!' 이런 기특한 소녀를 보았나? 무턱대고 못 가겠다고 하기엔 내가 믿고 있는 신에게 한없이 미안해진다. 내가 올 때까지 하나님께 기도하겠다는 아이에게 그런 기도는 할 필요가 없다고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내 믿음은 이제 어쩌나 싶고 일이 점점 커진다.


"그래, 알겠어. 같이 기도해보자." 라고 답장을 보내며 몇 년이 될지 모르니 조급해하지 말라고 다독였다. 이제 아프리카에 꼭 가야 하는 이유가 생겨버린 것이다. 너무 순수하기 때문에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고 오직 한 길로 가려는 그녀에게 헛된 희망을 심어준 건 아닌지 걱정이 태산이고 모태 신앙으로 고작 내 믿음은 겨자씨만도 못하구나 싶어 하나님께 죄송하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그녀의 믿음에 보답해야한다. 그런 삶을 살기  위해 더욱 더 치열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돈을 벌고 모아야겠지. 왜 기부를 해야 하는지, 그것도 아프리카같이 머나먼 곳에 후원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글로써 설명도 하고 싶다. 그녀의 순수한 믿음을 지켜주기 위해서라도 그저 아무렇게나 살 수가 없게 생겼다. 이래서 인생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부디 네가 기도하다 지치지 않기를!

주인공은 늦게 나타나는 법이니까" ^^

아프리카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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