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작가 Oct 31. 2017

오가는 정에 배가 부르다

부자된 것 같아요

  "이번달 말에 타작, 쌀 필요하신 분. 20키로."


  카톡에 뜬 학부모님의 상태 메시지. 무슨 마음인지 마법처럼 그 문구에 끌려 주문까지 해버렸다. 20kg에 4만원, 동생네까지 두 포대를 주문하기 전 확인차 어머니께 여쭈었다.


  "햅쌀인데 학부모님이 팔아요. 살까요?"


  그 말을 듣던 어머니도 흔쾌히 대답하신다.


  "어차피 쌀 사야하니까 돈 있으면 사라!"


  지금까지 딸을 학생으로 보내주시는 고마운 분이기에 이 기회가 보답할 좋은 계기가 된 것 같아 뿌듯하다.


  문제는 1층에서 쌀을 받아 3층까지 싣고 오는 건데, 오랜만에 팔과 배에 근육이 생길 참이다. 할머니들이 많이 들고 다니는, 짐수레에 한 포대를 담으니 가득 찬다. 학부모님이 하나는 차에서 1층까지 옮겨주셨고, 나머지는 수레를 이용해서 주차장에서 현관까지 무사히 도착.


  양팔에 힘껏 힘을 주고 배힘을 이용, 계단 하나하나 끌어올린 후 집까지 안전하게 이동 성공!

순전하게 몸힘을 이용하여 노동하는 기쁨이 새롭다.


 

'학부모'라는 통로를 통해 우리 먹거리를 구입할 줄이야!


  이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괜히 부자가 된 것 같아 흐뭇하네! 이 가을 햅쌀에 넉넉해지는 마음,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 땅에서 바른 먹거리 지켜내느라 구슬땀 흘리는 수많은 농사꾼들의 마음밭이 예사로 생각되지 않는다.


  "고마워요. 잘 먹고 제대로 살아가도록 힘써볼게요!!"

매거진의 이전글 아프리카에서 온 편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