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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작가 Nov 01. 2017

아쉬운 작별, 다가올 만남

이별, 새로운 만남을 위한 전주곡

  "죄송한데 책이 있는 줄 알고 주문을 받았는데... 없습니다."

  

  출판사 돌베개에서 나온 열하일기 세 권 세트가 품절이라 11번가에서 주문 취소 연락이 왔다.

좋은 책인데 찾는 사람이 적은 건지, 알려지지 않고 숨겨져 그런 건지 이 책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아니, 구할 수 있는데 적은 금액이 아닌 거다. 다른 사이트를 이용해야 된다. 다시 구해야 한다.

재주문을 하러 컴을 켜고 메일을 확인했는데 월드비전에서 기쁜 소식이 당도했단다.


  그런데 내게는 전혀 기쁜 소식이 아니다.


  "후원자님 안녕하세요. 기쁜소식을 전합니다. 어리게만 보이던 후원아동이 건강하게 자라

어느덧 스스로 삶을 개척할 수 있는 성인으로 자립하게 되었습니다. 추억일기, 아래 영상을 클릭해보세요."

라는 문구와 함께 영상이 와 있다. 답신은 받을 수 없다는 문구와 함께 마지막 편지 쓰기란도 덧붙여 있다.


  왈칵 눈물이 쏟아진다. 마지막이라니. 누군가로부터 후원아동이 성인이 되면 더 이상 후원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는 미리 들은 터이지만 이제 그 아이와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없다는게 너무 가슴이 아프다. 저절로 쏟아지는 눈물에 두 손을 가리고 울었다.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해야 하는구나. 원치 않는 이별의 순간이다.


  앞서 온 그 아이의 편지에서는 자신의 나라로 놀러오라는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나는 답신을 보내고 그 답신에 대한 편지는 아직 받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마지막이 될 줄이야. 꼬맹이가 어엿한 숙녀가 되기까지 건강하게 무사히 자란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예기치 않은 순간에 이별을 해야된다니 당황스럽다.


  이것이 인생이겠지. 준비되지 않은 순간에 뭔가와 맞닥뜨리고 그것마저 받아들여야 하는 것. 그 아이에게 더 이상 후원을 할 수 없지만 자동적으로 다른 아동과 후원 연결이 될 거라고 한다. 그 점은 조금 위로가 되기도.

새로운 만남을 준비해야 하고 또 다른 영혼이 기다리고 있다. 그녀가 무사히 어른이 된 것처럼 또 다른 아이와도 반가운 악수를 해야 하리라.


  아빠의 임종도 보지 못한 채 그의 죽음과 대면했을 때도 뜻밖의 순간이었고, 익숙해지는 모든 것이 어느 순간 모습을 바꿔 자취를 감추기도 한다. 그리고 다가오는 새로운 일들, 존재들, 삶의 가지들. 아프리카로 가야 하는 이유는 여전한데 그 아이와 소식을 주고 받을 수가 없다. 너무 늦은 걸까? 아니, 인생은 알 수 없지. 먼 훗날 한국도 아프리카도 아닌 또 다른 곳에서 그 아이와 만나게 될지도.


  울보일 정도로 눈물이 많았던 소녀가 웬만해선 눈물을 보이지 않을 만큼 컸다. 그리고 이제 누군가의 곁에서 다른 이를 위로할 줄도 알 만큼 성장해서 이 글을 적고 있다. 보이지 않지만 편지를 통해 오가던 그 마음들이 언젠가는 서로의 자리에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열매맺는 날이 반드시 올 거라 믿기에 더 단단해지고자 한다.


  "마가달레나야, 너의 편지가 내게는 작은 호흡이었단다. 네 편지를 기다리며, 읽던 순간들이

참 즐거웠어. 이제 너도 누군가를 일으키고 도울 수 있는 성인이 되었구나.

축하한다! 너도, 나도, 우리 모두 다, 더 좋은 사람이 되어보자!"


캔들로 마음을 달래보며... 우리의 인생도 이처럼 빛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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