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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작가 Dec 24. 2017

'천상 엄마' 수녀님의 미소

사랑이 사명이다!

  2016년 1월 27일부터 시작된 인문학 수업이 오늘 끝이 났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한 주가 더 남았지만 말이다.


  흔히 중2병이라 불리는 그들이 이제 고등학생이 된다. 그리고 내 품을 떠나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것이다.

아이들과 인문학 2주년을 맞아


  "아이들은 얘기 안 해요. 표현 안 하죠."


  텔레비전에 나오는 '천상 엄마' 어느 수녀님의 말이다. 그렇다. 이 아이들은 별다른 내색이 없다. 그저 덤덤한 얼굴로 아무렇지 않은 듯 표를 내지 않는다. 교생 실습 마지막 인사 때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이 녀석들 앞에서 새어 나올까 겁이 났지만 나도 웃으며 보내 주었다.


  내 품을 떠나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아이들에게 알게 모르게 정이 듬뿍 들어 마음이 시릴까 미리 겁을 내어 잠들기가 쉽지 않다.


  연필을 잡고 억지로 글을 쓰고 지각을 하고 대답을 하지 않던 녀석이 아직 지각은 계속이지만 거뜬히(?) A4 한 장을 채운다. '신과 함께' 영화를 보여준다는 공약 아래 나간 '파리대왕' 독후감 숙제를.


  그 아이는 축제가 끝난 후 1시에 책상에 앉아 4시까지 썼단다. 마지막 문단이 막혀 30분 동안 가만히 앉아 있기만 했단다.


  "이제 토요일 수업 없어 좋겠네." 넌지시 떠보는 나의 말에 "허전하겠죠, 토요일이." 라고 응수하는 녀석의 읊조림이 감동이다.


  사춘기라 예민하고 선생의 질문을 씹기도 했던 아이들인데 2년 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더우나 추우나, 한결같이 얼굴을 보여준 그 마음이 너무 고맙고 대견하다.


  텔레비전에서 '천상 엄마'라 불리는 어느 수녀회의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어린 아이부터 중ㆍ고등학생까지 먹이고 재우고 돌보고 싸우고 정들고 사랑하는 엄마 수녀님들. 그들을 보며 나도 아이들의 '엄마 선생'이 되어보자 마음 먹는다.


  '사랑은 저렇게 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아이들을 호되게 야단도 치고, 살뜰히 보듬어 주면서 졸업반이 되어 멀리 떠나가도 반찬을 보내주고 편지를 써주는 엄마 수녀님들의 모습이 얼마나 행복하고 거룩해보이는지. 나도 저렇게 우리 아이들을 대해주었나, 대해주고 있나 성탄 전야 뜨끔해진다.


  저분들은 생명을 키우는게 사명이고 삶이고 전부이다. 나의 사명과 아이들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며칠 후 이해인 수녀님의 책이 도착할 것이다. 그 책을 읽고 행복해할 모습이 보인다. '회자정리 거자필반', '법화경'에 나오는 말이다. 이별은 또 다른 만남을 예고한다. 그래서 슬프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이 아이들을 쉽게 잊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일상의 순리대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것이다.


  추신. 얘들아, 샘의 독설과 잔소리에도 살아남은 것을 축하한다. 너희들의 자리를 잊지 않을게. 독후감, 빨리빨리 내라. 영화 보고 싶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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