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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작가 Mar 24. 2019

소녀의 마음

오해해서 미안해

긴장하게 만드는 전화. 아이들의 문제에서 그들도 나도 벗어날 수가 없다. 우린 같은 아이를 두고 속으로 눈물짓고 환하게 미소 지으니까.


오랜 기간 함께한 아이다. 중간에 수업을 끊은 적은 있지만 아직 아이와 나의 고리는 연결되어 있다.


“아직은 공부에 큰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학부모님의 말. 페매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많은 것 같다. 페북으로 보이는 그 아이와 친구들의 댓글. 자잘한 일상이지만 어른의 눈으로 중요도는 제로.


‘책을 싫어하지 않는데 왜 마음을 못 잡는 걸까?

SNS에서 쉼을 찾고 싶은 걸까?’

그렇게 가볍게 멋대로 넘겨짚었다.


작년에 같은 반을 했던, 친하게 지내는 무리가 얼마 전 아무 예고 없이 단체 채팅창에서 아이와 또 다른 친구를 강제로 탈퇴시켰다고 한다.


“나라면 울었을 거다!”

“네, 저도 울었어요.”


애써 담담하게 말하는 아이. 학년이 바뀌고 반이 달라지자 만남의 횟수도 줄어들고 자연히 함께 하는 시간도 줄어든 모양이다. 새로운 친구를 만날 자유마저 허용되지 않는 걸까?


아이는 용기를 내어 이유를 물었단다. 그러나 또 다른 아이는 마음에 상처를 입은 채로 매듭을 짓지 못했다. 듣는 마음이 아려왔다. 그래서 네가 거기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었구나.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시간만 허비한다고 생각한 내가 부끄러웠다.


부끄러운 어른. 한심한 인간. 그 아이가 홀로 눈물지었을, 가슴을 쓸어내렸을 순간을 무어라 위로할까. 아직 못난 선생이다. 언제쯤 철이 드나. 그래서 힘겨웠니? 아이들과 멀어질까 두려워서. 혼자 낙오되지 않으려고 그렇게 애쓴 거니?


마음이 무겁고 아픈 하루다.

정말 힘든 하루였다.


사람을 대하는 게 아직도 서툴기만 한 그런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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