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지다!
2004년에 시작한 월드비전 해외아동 후원. 한 아이를 십 년 넘게 만나면서 감사장도 받고 몇 개월에 한 번씩 오가는 편지로 아이와 교감도 나누었다. 그 아이가 성인이 되고 다른 아이를 소개받은 지 몇 년째인 어느 날. 아니, 오늘 아침, 내 손으로 후원을 중단했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 사태로 수입은 계속 줄어들고, 생활비도 빠듯. 집세도 몇 개월째 미뤄진 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의 정기 후원금조차 제 때 내지 못하고 쌓여만 가서 마음의 부담이 컸다.
‘아무리 힘들어도 이건 놓지 말자.’라고 굳게 다짐했던 의지와는 달리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래도 중단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하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 이렇게 되어 버렸다. 감당하지도 못하는 후원금만 쌓여가면 그것도 다 빚인데. 결단을 내려야겠다고 마음먹은 데에는 어머니의 말도 있었다.
“이제는 끊어라.”
냉장고에 붙여둔 후원 아동의 사진을 가리키며 우리 처지가 이러한데 무슨 후원이냐며 현실을 직시하는 어머니의 말에 더 이상은 버틸 자신이 없었다.
“죄송한데, 후원을 중지해야 될 것 같아요.”
라고 말을 하자 그냥 눈물이 쏟아졌다. 상담원의 부드러운 말에 더 미안하고 죄송한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굵직한 눈물이 뚝뚝 떨어져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사업장에 후원하는 방식이라 다른 후원자님의 도움으로 아이는 계속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상담원은 나의 울음소리에 괜찮냐고 하며 조용하고 친절한 응대로 정성껏 얘기해준다.
아이에게 편지가 오면 손에 쥔 채로 일하러 갔다. 발걸음을 옮기며 아이가 무슨 말을 했을지 궁금해서 편지를 얼른 열어보고 싶어 안달이 났다. 아이가 그려준 그림은 사진으로 찍어 기념도 하고 벚꽃이나 단풍 사진을 찍어 답장에 첨부하기도 했는데... 시간의 힘일까?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지만 중단이라는 말에 그만 마음이 쿵! 떨어졌나 보다.
그동안 코로나로 편지가 오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악의 사태인 후원 중단까지 하게 되니, 너무 미안하고 속상하기가 하늘에 닿을 것처럼 속이 아프다.
상황이 좋아져서 다시 중단했던 일들을 할 수 있기를. 어느덧 이 아이도 내년에 성인이 된다니. 세월이 그만큼 빠르게 지났나 싶다.
그래도 두 아이가 성인이 되기까지 함께 할 수 있어 뿌듯하고 행복했다.
‘꽃으로도 때릴 수 없는’ 소중한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힘든 시기를 잘 버티기를! 힘들지만 후원자들이 계속 이어지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그 땅에 도서관을 짓겠다는 혼자만의 바람은 여전히 유효하다. 언젠가는 그런 날도 오겠지. 지금은 그렇게 위안할 수밖에. 가을 하늘은 이토록 눈부신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