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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작가 Nov 25. 2020

행복이 별건가?

쌀 있으면 부자다!

살아 있는 글쓰기를 강조하신 이오덕 선생님의 글을  보니 내가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느끼게 된다. 코로나로 수업 줄고 집세 밀려도 아직 밥은 굶지 않으니 이만하면 그래도 행복한 편이지 싶다.


“옆에 살면 쌀이라도 보내줄 텐데...”


오랜만에 전화 온 지인의 말에 “쌀 있으면 난 부자 된 것 같다.”하시는 어머니의 말이 겹쳐진다. 며칠 후면 조카 생일이다. 어머니는 미리 장 봐서 아침부터 잡채며 미역국을 끓여놓고 평소 보이지 않던 김자반도 사놓으셨다.


깨를 으깨어 뿌려놓은 잡채
  우리 집

               상주 공검 초등학교 2년 임도순

  우리 집은 다 쓰러져 가는 오막살이 집입니다. 나는 꺼버질까 봐(찌그러질까 봐) 밤에는 잠도 잘 못 잡니다. 나는 언제나 좋은 집에 살까 울음이 나옵니다. 어머니께서는 돈 많이 벌어서 좋은 집에 살자 하십니다. 나는 우리 집이 다 쓰러져 가지만 그래도 우리 집이 제일 좋습니다. 학교 갔다 집에 오면 어머니가 밥도 주고  참 좋습니다.(1959.2)

이오덕 샘의 글쓰기 책에 수록된 50년대의 초등학생의 일기에 공감되어 이 글을 적어본다. 예나 지금이나, 소 꼴 먹이고 나무 베오던 아버지 세대나 좁은 집에 여러 명이 모여 살았던 어머니의 유년 시절이나 우리가 살아가는 2020년대나 사람 사는 건 똑같은 게 아닌가.


얼마 전 공동구매로 무농약 쌀 20kg을 최저가로 주문했다. 어머니는 쌀 있으면 얼굴이 환해진다. 먹고사는 것이 삶의 기본이니 그런 거겠지. 우선 입 속에 밥 들어가야 살아갈 힘을 낼 수 있으니까.


가뜩이나 주변 지역에 코로나 소식이 자주 들려 마음이 위축되고 우울해지려는 순간, 살아있는 아이들의 글과 참된 교육을 강조하는 이오덕 샘의 말씀. 그리고 지금도 딸내미 밥 굶을까 늘 먹는 거 챙겨주는 어머니의 존재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입맛 없어도 끼니 잘 챙겨 드시고, 좋은 생각으로 마음에도 햇볕 쪼인 후 이 하루도 힘내서 살아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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